[데스크칼럼] 文정부, ‘자기확신의 오류’ 경계하라

2013년 2월. 당시 박근혜 정부 김용준 인수위원장(전 헌법재판소장)이 총리 후보에서 낙마했다. 김 위원장이 후보직 사퇴를 선언한 날 밤, 박 대통령과 통화가 이뤄졌다. 김 전 위원장이 나중에 밝힌 대화 내용은 이렇다.

“박 당선인이 ‘나는 상상할 수 없는 악성 루머까지 나왔지만 버텼는데 여기서 무너지시면 어떡하느냐’고 하더라. 그래서 ‘총리직은 그만뒀지만 필요하면 언제든 불러서 써주십시오’ 하니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킬 수 있겠느냐’고 물으시더라. 나랑 당선인 둘이서 울먹이면서 ‘함께 목숨 걸고 나라를 지키자’고 약속했다.”

박근혜에게 국가란 개인의 삶에 앞서는 최상위 개념이다. 아버지 박정희를 따라 청와대라는 공간에서 15년 사는 동안 국익 최우선이라는 아버지의 신념이 자신에게도 스며든 것이다. 그의 정치적 결단들은 나라를 지키려는 애국적 신념에 따른 것이었기에 타협을 몰랐다. 사상 초유의 정당(통진당) 해산, 개성공단 전격 폐쇄, 검인정교과서 폐기, 사드 도입 등 쾌도난마식 결행 등이 그러하다.

박근혜가 국정교과서 카드를 꺼내들었을 때 많은 사람이 걱정했다. 당시만 해도 박근혜 정부의 모토인 노동개혁 및 경제활성화 입법 관철을 위해 야권의 협조가 절실한 시기였다. 결국 망국적 진영대결이 재연돼 나라는 두 동강났다. 박근혜의 개혁입법은 동력을 잃었다.

‘역사는 국가가 나서서 가르쳐야 올바르다’는 비뚤어진 신념이 나라를 아프게 했다. 탄핵을 불러온 미르ㆍK스포츠 재단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의 문화ㆍ스포츠 융성을 위한 미래 투자라는 자기체면을 걸어 죄의식이 없었다. 주관적 내면의 믿음을 앞세우는 ‘애국적 신념’이 나라에 얼마나 큰 해악이 되는 지를 박근혜의 실패가 웅변한다.

문재인 정부는 자신의 정체성을 피플파워로 규정하고 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다. 이낙연 총리도 “문재인 정부 공직자들은 촛불 혁명의 명령을 받드는 국정 과제의 도구들”이라고 했다. 자신들이 행하는 것은 국민의 명령에 따른 것이기에 정의롭다는 자기확신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공공일자리, 비정규직 제로, 최저임금 1만원 등의 노동정책에서 그런 우려가 엿보인다.

특히 비정규직 문제는 노무현 정부를 포함해 역대 정권마다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난제 중의 난제다. 쾌도난마식의 해법이 있을 수 없다. 최저임금 1만원 상향, 법인세 인상 등과 맞물리면 가뜩이나 어려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려 되레 민간 일자리가 줄어드는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격차가 비정규직 문제의 본질일 수 있다”는 경총의 견해에 면박을 주는 행태는 박근혜의 레이저 눈빛가 다르지 않다.

선의보다 결과가 훨씬 중요한 게 현실 정치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하지 않은가. 문재인 정부는 착한 정부가 아니라 유능한 정부여야 한다. 그러려면 정책의 핵심가치를 살리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실사구시적 접근을 해야한다. 지지자들에게도 고통과 양보를 요구할 수 있을때 비로소 진영을 넘어서는 피플파워 정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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