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와의 전쟁①] “중국만 욕할게 아니네요”…무더위 속 ‘일회용 컵 공해’

-더울수록 ‘일회용 컵’ 쓰레기도 급증
-지난해 4~9월 투기 단속건수 6만4826건
-1~3월ㆍ10~12월보다 43.9% 이상 많아
-서울시, 휴지통 늘리며 대응하나 역부족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초여름철에만 접어들면 유독 한 불청객이 급증한다. 거리 곳곳 널브러진 일회용 컵이다. 서울시는 매년 도로변 쓰레기통을 늘리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지만, ‘일회용 컵 공해’를 처단하기엔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5일 오후 6시 서울 중구 명동 ‘을지로입구ㆍ시청입구’ 버스정류장. 기다리던 버스가 오자 한 30대 여성이 들고 있던 일회용 컵을 의자에 ‘자연스레’ 내려놨다.

[사진설명=버스정류장 의자 위에 일회용 컵들이 버려져 있다.]

커피전문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테이크아웃 용 플라스틱 컵이었다. 얼음 등 내용물도 절반 가량 남은 상태였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버스를 향해 뛰어갔다. 덩그러니 놓인 일회용 컵 옆에는 이미 누군가 버리고 간 또 다른 일회용 컵이 보였다.

다른 버스정류장도 마찬가지였다. 이 날 중구 일대 버스정류장 10곳을 둘러본 결과 7곳에서 버려진 일회용 컵을 찾았다. 정류장 일대 바닥과 도로를 굴러다니기도 했다.

버스정류장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오후 8시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지하철 3호선 교대역 7번 출구 앞 직장인들은 대화를 나누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회용 컵을 인근 난간에 올려둔 채 떠났다. 주변 쓰레기통은 있으나마나였다. 이 날 만난 대학원생 유대연(27) 씨는 “중국 등 다른 나라의 민폐를 욕하기 앞서 우리부터 고칠 게 많다”며 “날이 더 더워지면 교대역 인근에 일회용 컵이 산더미처럼 쌓인다”고 말했다.

[사진설명=지하철 입구 난간 위에 일회용 컵들이 방치돼 있다.]

실제 서울시의 쓰레기 무단투기 단속 현황을 보면 단속 건수는 이 맘때인 초여름 철부터 급증한다. 지난해 2ㆍ3분기(4~9월) 단속 건수는 6만4826건으로, 1ㆍ4분기(1~3월ㆍ10~12월) 4만5042건 보다 무려 1만9874건(43.9%)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ㆍ3분기에는 일회용 컵 무단투기로 적발되는 시민이 상당수라는 게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서울시는 일회용 컵 무단투기 방지를 위해 매년 가로변 등에 쓰레기통을 늘리고 있다. 2014년 말 4884개이던 서울시 관리 쓰레기통은 지난해 말 5640개로 756개(15.4%) 증가했다.

또한 25개 자치구가 전담인력을 둬 모두 801명이 단속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도 쓰레기 무단투기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시 단속 건수는 2015년 9만6093건에서 지난해 10만9868건으로 오히려 1만3775건(14.3%)이 늘었다. 보다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환경 미화원들 사이에선 일회용 컵에 ‘보증금’을 부여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일회용 교통카드 처럼 일정금액의 보증금을 더해 산 뒤, 회수처에 반납하면 해당 금액을 돌려주는 방식이다. 환경 미화원 이모(45) 씨는 “이미 독일에선 시행하고 있는 방안으로, 빈 용기를 반환하면 100~300원 가량 금액을 돌려준다고 한다”며 “관리에 대한 책임도 부여하는 한편 저소득층에는 소일거리도 생기는 것이니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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