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자’, 콘텐츠 유통에 몇가지 화두 던지다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 오는 29일 개봉하는 봉준호 감독(48)의 영화 ‘옥자’는 영화계와 콘텐츠 유통에 대한 해결해야할 숙제를 던졌다.

‘옥자’는 국내 최대 극장 체인 CGV에서는 개봉하지 않고, 전국의 몇 개 극장과 동영상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에서 동시 개봉된다. 양 측 플랫폼의 상이한 속성때문이다. 


따라서 ‘옥자’는 온라인 스트리밍과 극장개봉에 대한 세부적인 규칙이 만들어져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어차피 해결해야 할 사안인데, ‘옥자’가 이 시기를 앞당긴 셈이다.

CGV는 극장과 온라인 동시개봉에 반발했다. 봉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최소 3주간의 홀드백(극장에서 상영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후 온라인 등 다른 매체에서 서비스하는 것)을 원하는 멀티플렉스 입장이나 넷플렉스 입장 모두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봉 감독에게 글로벌 프로젝트인 ‘옥자’ 제작비 전액인 560여억원을 투자했다. 190여개국 9300만 명에 이르는 넷플릭스 가입자에게 거둬들인 돈이다. 따라서 이 가입자들에게 극장 상영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양자의 충돌을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찾아져야 한다. 칸 영화제에서도 ‘옥자’로 인해 칸 영화제에서도 극장 영화와 온라인 영화에 대한 시상 대상에 대한 룰을 만들었다.

콘텐츠 유통은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인해 점점 국경의 구분이 희미해져가고 있다. 넷플릭스는 아직 한국에서 마케팅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옥자’를 통해 이미 투자비 이상의 마케팅 효과와 주목 효과를 거뒀다. 넷플릭스는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를 영입해 좀비스릴러 ‘킹덤’을 제작하고 있다. 소프트 파워의 힘은 어차피 콘텐츠 중심으로 재편되기 때문에 넷플릭스와 윈윈전략을 구축할 여지가 있다. 특히 반한류를 극복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제작비 마련이 쉽지 않은 한국 콘텐츠 제작자 입장에서는 제작비 마련과 함께 세계 190여개국의 모세혈관에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고 넷플릭스 입장에서도 봉준호, 김은희, 김은숙 작가의 콘텐츠를 만들면 한류 콘텐츠로 외국에서 각광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옥자’의 콘텐츠로서의 가치는 한국 시골을 배경으로 하는 특수성(차별성)과 세계인에게도 통하는 보편성을 두루 갖춰 글로벌 콘텐츠로 화제를 뿌리고 있다는 점이다. 봉 감독은 ‘괴물‘ ‘설국열차’ 등에서 사회적인 메시지를 녹여냈듯이 ‘옥자’에도 적절하게 인류에게 선택의 질문을 던지고 있다. 


‘옥자’가 봉 감독의 전작과 다른 점은 가장 쉬운 스토리와 플롯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지구에 사는 인간에게 본질적이고 비판적인 질문을 던진다는 점이다.

‘옥자’는 비밀을 간직한 채 태어난 슈퍼돼지 ‘옥자’와 강원도 산골에서 함께 자란 소녀 ‘미자’(안서현)의 유대와 모험 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기에 옥자를 활용한 ‘슈퍼돼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글로벌 기업 ‘미란도’와 비밀 동물 보호 단체 ALF가 등장한다.

소와 닭, 돼지 등 동물들은 인간과 가까운 존재이자, 인간이 먹는 음식이라는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음식은 상품이기 때문에 자본주의적인 메카니즘이 작동한다. 이를 통해 더 많은 돈을 벌려는 집단과 세력들이 나오게 돼있다.

봉 감독이 “생명과 동물, 자본주의의 관계에 대해 그린 영화다“라고 말한 이유가 이런 점 때문이다. 또 봉 감독은 ”‘옥자‘를 만든 이후 남들의 시선이 없는 곳에서 소고기와 닭고기를 먹고 있고 양도 줄었다. 돼지고기는 ‘옥자‘ 이후 아예 안먹는다. 철학적인 결단은 아니고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고 했다.

이어 봉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 미국 콜로라도의 도살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들은 ‘슬로터하우스’(도살장)란 말은 싫어했고, ‘비프 플랜트’라 불러달라고 했다. 도살장에는 피와 뼈와 살이 녹는 냄새가 났다”면서 “저는 육식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동물도 동물을 먹는다. 단지 공장에서 제품을 대량생산하듯이, 편입시켜 가혹한 금속환경, 파이프라인으로 만든 것은 인류의 새로운 양상으로 생각해볼 여지를 제공한다. 모두 다 돈을 위해 생겨난 시설이다”고 했다.

출연배우인 대니얼 헨셜은 “‘옥자’는 인류에 대해 투쟁할 가치가 있음을 얘기하는 희망의 영화다. 어둠보다 빛을 선택하길 바란다”고 말햇다. 미자를 연기한 안서현은 “영화를 편집하면서 감독 메시지를 깨닫게 됐다. 자본주의 사회의 지구에서도 식량난이 일어날 것이고 우리 힘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했다.

‘미란도‘ CEO 역할을 맡은 배우 틸다 스윈턴은 “메시지 있는 영하라기보다는 태도와 암시를 이야기한다. 이런 세상에서도 진정한 자아, 자기 정체성을 지키면서 투쟁할 가치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는 “매혹, 경이로움의 영화다. 자기 자신을 완벽하게 사랑할 수 있다면 그 다음은 미자처럼 용기와 헌신, 신뢰가 생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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