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태의 일상 속으로]계절의 여울목에서

나의 직업은 핸디맨이다. 과거 건축 설계사로서 지금껏 건축에 관해 종사해왔다. 무더운 두달 동안 일요일까지도 쉴 사이 없이 무리하게 일을 했더니 몸살이 왔다. 모처럼 푹 쉬면서 집주변을 돌아보며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입이 터져라 구겨넣은 향긋한 상추쌈, 미역 풀어 넣은 시원한 냉채국을 안겨준 오이, 고등어 조림에 넣어 먹는 애호박…. 이들의 넝쿨은 모두가 초여름 더위에 먹어주던 식거리이다.

지금 세계 곳곳에는 우리 동포들이 저마다 지닌 사연으로 고국을 뒤로 한 채 혹은 뒤돌아보지 않고 듣지도 않으려고 한껏 멀리 아카시아 씨앗처럼 흩어져 언어가 갖가지 다른 이방인으로 퍼즐처럼 뿌리를 내리고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그들 또한 수십억의 인구 중에 소수인으로 타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으로 독특한 개성의 인생관과 세계관을 갖고 있으며 억척 같고 끈질긴 삶의 집념으로 새로운 희망과 자유, 사랑까지도 놓치지 않고 있다.

때로는 인종차별의 냉정한 커뮤니케이션에 좌절과 절망을 느낄 때가 있다. 그렇지만 힘들게 탈출한 삶, 탈출엔 성공한 삶 속에서도 허망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듯이 우리는 모질게 힘든 고통 속에서도 살아 있는 인내력으로 가고 있다.

마치 프로메테우스의 업을 인식하듯 매일 매일 간을 뜯기우는 고통을 이겨내는 투지이다. 아마도 한국인의 뿌리근성일지도 모른다.

“잊으라고 말하지 마세요

내가 너를 못 잊는 건 애비가 되고 어미가 되어도

해가 지면 소쩍새 숨어들 듯 밥내음 그리운 듯

멀리 있어도 냄새를 맡는다

아무리 피하고 숨어들어도 찾아드는 사시사철처럼

내가 너를 못잊는 건 하나같이 돼먹지 못한

사람이 아니고 짐승일지라도

나의 그림자를 떨칠 수 없으니까 “-자작시 ‘LA아리랑’ 중에서

마당 한귀퉁이에 쏟아질 듯 휘어져 영근 대추 알과 붉은 복숭아를 탐스러이 만져보며 내일을 위한 몸을 추스려본다.

잠시 계절의 여울목에서 이민자의 삶을 감사드리며….

이상태(핸디맨)

이상태/시인·핸디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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