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공판 모습 드러낸 우병우…20여분 간 ‘셀프 변론’

-직업 묻자 “현재 무직입니다” 답변 ‘눈길’
-“사심없이 직무 수행했다” 모든 혐의 부인
-“언론보도 한 줄로 온 국민의 지탄을 받는 대상 됐다” 주장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최순실(61) 씨의 국정농단을 알고도 방치한 혐의 등을 받는 우병우(50) 전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의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첫 공판에 모습을 드러낸 우 전 수석은 20여 분 간 혐의를 부인하며 ‘셀프변론’에 나섰다.

우 전 수석의 첫 공판은 16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이영훈) 심리로 열렸다. 공판 시작 20여분 전 서울법원종합청사에 도착한 우 전 수석은 취재진의 질문에 “법정에서 충분히 입장을 밝히겠다”고 짧게 답했다. 짙은 회색 정장에 푸른색 넥타이 차림이었다. 법정에 들어선 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변호인들과 대화를 나눴다. 재판장이 개정선언을 하고 생년월일과 직업 등 인적사항을 묻자 “현재 무직입니다”라고 했다. 

[사진출처=헤럴드경제DB]

검찰은 우 전 수석의 8가지 혐의가 적힌 공소사실을 낭독했다. 이어 “국정농단에 연루돼 기소된 이들 가운데 우 전 수석의 직무감찰 대상자인 고위공직자만 10여명이 넘는다”며 “우 전 수석이 본연 임무인 고위공직자의 사정 기능을 도외시한 채 국정농단을 은폐하고 직권을 남용해 국가 기능을 떨어뜨렸다”고 주장했다.

우 전 수석 측은 지난 두 차례 공판준비기일에서와 마찬가지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이날 우 전 수석은 미리 준비해온 글을 읽으며 20여 분 간 항변했다.

그는 “공직자로 살아오면서 항상 사심없이 직무를 수행하는 걸 대원칙으로 삼았고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2년 6개월 간 거의 매일같이 야근하고 주말도 대부분 출근했으며 박 전 대통령이 언제 어떤 지시를 할지 알 수 없어 사무실 책상, 안방, 서재, 통근차량, 화장실까지 메모지를 두고 지시를 대기하며 긴장된 나날을 보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일만 알고 살아온 제 인생은 잘못된 언론 보도 한 줄로 온 국민의 지탄을 받아 마땅한 대상으로 전락했다”고 호소했다.

우 전 수석은 또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탄핵되도록 제대로 모시지 못한 책임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했다.

우 전 수석은 이날 자신의 8가지 혐의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민정수석의 업무분장표에 없는 내용이라고 해서 직권남용으로 볼 수는 없다”며 “청와대 비서실의 업무분장표는 편의상 정한 것일 뿐 대통령은 보좌에 필요하다면 비서실 내 누구에게든 업무를 지시할 수 있다”고 했다.

우 전 수석이 받고 있는 직권남용 혐의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했을 때 성립한다.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는 국민여론과 민심동향을 파악하고 공직ㆍ사회기강 관련 업무를 보좌하는 등 광범위하다. 우 전 수석은 민정수석의 ‘정당한 권한 행사’를 어디까지로 봐야하는지 경계가 불분명한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우 전 수석은 “지난 두 차례 영장실질심사에서 사법부가 제 호소를 받아들여 영장이 기각됐다”며 “저 한 명에 대한 처벌 여부도 중요하지만 이 사건에 내포된 헌법적 가치와 국정운영에 미치는 영향을 잘 살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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