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석이 만들어간 ‘연산’이 흥미로운 이유가 있었다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배우 김지석은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에서 이전에 보여준 연산과는 다른 캐릭터를 보여주며 연기해 호평받았다. 김지석은 연산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한 듯했다.

“연산군에 대한 사료를 보면 대부분 ‘기능적 악’이다. ‘역적’ 만큼은 연산이 왜 그럴수 밖에 없었느냐를 보여주자는 게 키 포인트였다. 연산은 길동과 마찬가지로 갑자사화, 무오사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정치적 도구였다면 어떤 스토리가 나오게 될 것인가가 나 스스로도 궁금했다.”


김지석의 말대로 정치인 연산이 첫번째 키워드였다. 두번째는 예인으로서의 연산이다. 이건 장녹수(이하늬)와의 관계에서 많이 나타났다. 장녹수가 연산이 파멸하는 마지막 날까지 그 옆을 지킨 것도 자신을 창기가 아닌 예인으로 인정해주었기 때문이다.

“녹수에 대한 연산의 사랑은 사랑만은 아닌 것 같다. 플라토닉 러브도 있다. 둘 다 아픈 사람들끼리 서로 치유가 됐을 것이다. 녹수도 궁에 들어와 많은 변화와 성장을 겪게 된다. 녹수가 결국 연산을 따르겠다고 말하고 돌 맞아 죽을 때는 나도 너무 슬펐다.”

‘역적‘은 연산과 길동의 대비를 통해 진정한 리더의 의미를 새겼다. ‘공’(公)을 ‘사‘(私)로 바꿔버리는 연산과 ‘사’를 ‘공‘으로 만들어내는 길동. 두 사람의 부딪힘은 기존 사극과는 다른 연산의 의미를 발생시키며 ‘역적‘을 더욱 입체적이고 풍성하게 바라볼 수 있게 했다.

“연산이 길동과 정치적 신념이나 백성을 생각하는 관점 등에 대해 이야기하며 붙는 신은 5~6신밖에 없었다. 둘은 관점이 너무 달랐다. 길동은 백성이 하라고 하면 다해야 한다. 연산은 자신이 하라고 하면 백성이 다해야 한다. 길동은 자기 신념을 이야기하고, 연산을 이를 부순다. 연산은 폭력을 쓰는 정치인이다. 서로 죽을 때까지 합의를 못본다.”


‘역적’은 연산의 심기와 질투를 묘하게 자극했다. 누가 가진 게 많은지를 봐도 금세 알 수 있다. 연산은 궁에서 모든 권력을 지니고 있고 운평과 흥청을 선발해 자신만의 기녀로 삼았다.

“신분적 상황 등 모든 상황을 봐도 연산 입장에서는 화가 난다.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한 놈(길동)이 가족애, 형제애를 가졌다. 길동은 아무 것도 없는 데 믿어주는 친구가 있다.”

그런데 연산의 입장에서, 인간의 입장에서 좀 더 근원적으로 파고들어가면 연산을 좀 더 자세히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긴다.

“연산은 엄마인 폐비 윤씨(성종의 계비)가 일찍 죽고, 아버지 성종도 자신을 믿어주지 않았다. 성종은 경국대전으로 조선의 문물과 법 제도를 정비해 성군이라는 소리를 듣지만, 대신에게 휘둘렸다. 그 자신 낮과 밤이 달랐다. 여자가 서른 명쯤 됐다. 연산에게는 길동처럼 알아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연산은 어릴 때부터 대소신료에게 휘둘리는 아버지(성종)를 보면서 절대왕권을 성립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을 거다. 그 과정이 갑자, 무오사화 등으로 나타났다.”

김지석은 연산 역을 맡아 “위를 능멸하는 풍습을 통렬히 뿌리 뽑으라”며 능상 척결의 칼날을 휘두른 폭군과 광기 어린 모습만 보여준 게 아니라, 믿는 이들에게 배신당한 처연함과 고뇌, 강상의 법도가 낳은 또 다른 피해자의 내면이라는 새 옷을 입혀 전에 없던 모습을 보여주었다.

김지석은 “보통 드라마는 악인은 교화가 된다거나, 참회의 문물을 흘리는 클리셰로 끝나지만, ‘역적‘의 연산은 마지막까지 그런 변화 없이 가는 게 좋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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