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협치를 위한 선택이 필요한 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넘었는데, 조각(組閣)이 하세월이다. 국정공백에 따른 국가 존망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의 아귀다툼은 그래서 볼썽사납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이 안갯속이다. 아니, 현재로선 채택은 물 건너간 듯 보인다.

야 3당은 문재인 정부가 지명한 세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무산시켰다. 병역면탈, 부동산투기, 위장전입, 세금탈루, 논문표절 등에 연루된 사람은 인선에서 배제한다는 5대 인사원칙을 새 정부가 스스로 깨트리는 인사이거니와 청문회장에 나와 밝힌 각 후보자의 해명 역시 납득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자유한국당은 세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불가입장을 천명하고 있다.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추경안 논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새 정부 내각인선에 협조적이던 국민의당 역시 비협조적이다. 국민의당은 특히 강 후보자에 대해선 지명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위장전입 및 세금탈루 의혹에 대한 강 후보자의 해명에 진실성이 결여돼 있다며 불가론을 고수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민여론의 지지가 80%에 육박하고, 호남지역의 민심이 여전히 정부와 여당에 기울고 있는 상황이어서 국민의당의 이 같은 딴지걸기는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정동영 의원을 위시한 일부 호남중진들은 당 지도부와 이견을 드러내며 강 후보자에 대한 청문채택을 권고하고 있다.

그렇지만 국민의당 지도부는 여전히 물러섬이 없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2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서 제1당이지만, 국민의당이 협조를 해주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불능정당이다. 덩치만 크지 아무 역할을 못한다”며 강 후보자에 대한 지명철회 요구를 무시하고 청문정국 ‘정면돌파’를 시도할 경우 여당에 협조하지 않을 계획임을 시사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민의당의 힘은 막강하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새 정부와 여당으로선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표결 결과는 물론 개혁입법 처리를 장담할 수 없다. 중소기업부 신설에 필요한 정부조직법 개편 논의도 마찬가지다.

국민의당이 배수진을 치고 있는 시점에서 이제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은 결자해지의 선택을 내려야 할 때다. 강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할지, 아니면 개혁입법 처리 무산 등을 감수하더라도 청문정국을 정면 돌파할지 말이다.

무리(無理)하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도리나 이치에 맞게 행동하고, 정도에서 크게 벗어나선 안 된다. 따지고 보면 사실 이번 사태를 초래한 것은 새 정부의 책임이 크다. 5대 인사원칙을 세워놓고, 스스로 깨트리는 모양새를 보였으니 말이다. 이에 대한 국민의 반감도 적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능력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인사원칙을 깨트렸기 때문이란 조사결과가 나온다. 꼬인 매듭을 풀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정치역사는 다시 잘못된 과거로 회귀하고 말 것이다. 협치를 위한 선택이 지금으로선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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