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으로 근무중 자살한 신입사원…法 “업무상 재해”

-하자보수 담당했던 아파트 공사현장서 목 매 숨져
-법원 “업무상 스트레스로 생긴 우울증이 원인” 판결

[헤럴드경제=이유정 기자]업무상 스트레스로 우울증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신입사원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 하태흥)는 건설업체 직원 황모 씨의 유족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황 씨는 2014년 6월 자신이 담당했던 대전 유성구 공사현장의 아파트 옥상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에는 “말, 사람이 너무 어렵다. 죄송합니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고 적혀 있었다.


황 씨는 2013년 1월 건설업체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하자보수 관련 업무를 맡은 그는 아파트 공사현장에 거의 상주하며 입주자들과 협력업체 직원들을 상대했다. 책임감이 강하고 다소 내성적인 성격이던 그는 입주자들의 부당한 요구에 시달리며 무기력과 불면증 등을 호소했다.

황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입주자들의 답 안 나오는 하자처리 요구와 오지 않는 작업자들 덕분에 하루하루 불안에 떨며 잠 못 자고’, ‘작업자 다 빠져서 혼자 청소하러 가는 중’, ‘살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불안감’이라 적는 등 스트레스를 토로했다. 황 씨의 업무는 관리 인력 다수가 빠지면서 가중됐다. 1만 여건에 달하는 하자보수 접수 업무를 다른 동료 한 명과 둘이서 처리해야 했다.

하지만 황 씨를 인정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입주자들의 요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며 상사로부터 질책을 받는 일이 잦았다. 황 씨는 말을 조리있게 하지 못해 무시를 당한다는 생각에 힘들어 했다. 목숨을 끊기 한 달 전에는 회사로부터 이라크 해외파견 근무를 권유받고 사직을 고민할 정도로 힘들어했다.

결국 황 씨는 수개월간 일했던 공사현장에서 마지막 근무날 목숨을 끊었다. 추후 새로운 현장에서 같은 업무를 맡게되며 좌절한 탓도 컸다. 대학에서 건축공학과를 전공한 그는 건축기사1급 자격증을 따는 등 건축설계 분야의 일을 하고 싶어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유족들은 “황 씨는 업무수행에 따른 극심한 스트레스로 우울증을 얻고 그로 인해 자살에 이르렀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다. 공단이 이를 거부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황 씨의 자살이 업무상 재해가 맞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그 전까지 증상이 없던 황 씨에게 우울증이 발현된 것”이라며 “자살 직전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 및 정신적 고통으로 우울증이 악화됐고 합리적인 판단이 어려운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황 씨는 업무량이 과중했을 뿐만 아니라 신입사원으로서 동종의 업무를 경험한 적이 없었다”며 “열심히 하려고 했던 일들로 오히려 질책을 받는 등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고, 술자리에서까지 상사의 질책이 이어지며 대인관계에서 더욱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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