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수위 넘은 분노사회 ①] “인터넷 느리다” 네식구 가장 흉기로 살해

[헤럴드경제] <사소한 문제나 다툼, 혹은 피해자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분노로 누군가를 살해하거나 다치게 하는 강력 범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일에는 경남 양산의 한 고층아파트 단지에서 한 주민이 외벽 도색 작업자의 밧줄을 끊은 것이 대표적이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 누군가의 소중한 자식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오던 이들이 억울한 희생양이 됐다. 때로는 연인 간 불화가 ‘염산 투척’ 또는 ‘방화’같은 끔찍한 테러로 이어지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스트레스 요인을 남과 공유하는 등 적절한 해소책을 찾지 못한 이들이 결국 극단적 방식으로 감정을 폭발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 “인터넷 느리다” 네식구 가장 흉기로 살해=“가족들 뒷바라지를 위해 휴일도 반납하던 성실한 가장이자 80대 노모를 살뜰히 모셔온 효자가 이렇게 황망하게 가다니 믿을 수가 없어요”. 지난 16일 충북 충주에서 자신의 집 인터넷 상태가 좋지 않은 데 불만을 품은 5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인터넷 수리기사 A(53)씨의 유족은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A씨는 전자제품 공장에서 파트타임 일을 하는 아내와 대학생인 두 자녀를 둔 단란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가족을 위해 그는 휴일도 반납한 채 그 누구보다 성실히 일했다. 국내 한 통신 대기업을 다녔던 A씨는 명예퇴직하고 나서도 성실함과 능력을 인정받아 자회사에 다시 채용돼 인터넷을 설치하거나 수리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었다. 그는 80대 노모를 지극 정성으로 모시는 효자이기도 했다.

이런 A씨는 지난 16일 오전 11시 7분께 인터넷 점검을 요청한 B(55)씨의 원룸을 방문했다가 변을 당했다. 원룸에 들어선 지 채 5분도 안 돼 B씨의 휘두른 흉기에 복부와 허리 등을 찔린 A씨는 가까스로 집 밖으로 빠져나와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상처가 깊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별다른 직업 없이 홀로 게임 등을 자주 하던 것으로 알려진 B씨는 평소 인터넷이 자주 끊기는 것에 불만을 품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A씨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과정에서 자신도 다쳐 병원 치료가 끝나고 나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경찰은 평소 인터넷 상태에 불만을 품고 있던 B씨가 홧김에 애먼 A씨에게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보고, B씨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한 뒤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B씨가 사전에 흉기를 준비했는지 등 계획적인 살인 여부도 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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