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으로 한국 남성과 이혼한 중국 여성…法 “귀화신청 허가”

-법원, “남편의 일방적 잘못으로 혼인관계 지속 못해
-“자신 책임 아닌 사유로 결혼이 파탄났는지” 여부 고려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한국 국적 남성과 결혼했다 가정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이혼한 중국 여성의 귀화신청을 허가하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박성규)는 중국 국적 A씨가 “귀화를 불허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한국 국적의 남성 B씨와 결혼해 지난 2008년 11월부터 배우자(F21) 자격으로 국내에 머물렀다. B씨는 함께 산지 1년도 안된 2009년 7월부터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와 A씨를 때렸다. 말대답을 한다는 이유로 얼굴과 머리를 때리고 흉기로 위협하기도 했다. 다툼은 지난 2010년 1월 중국에 거주하던 A씨의 딸을 국내로 데려오면서 더욱 심해졌다. B씨는 ‘딸을 중국으로 보내라’며 A씨를 때렸고 담뱃불로 얼굴에 화상을 입히기도 했다.

A씨는 이혼을 결심했다. 하지만 다시는 때리지 않겠다는 남편의 약속을 받고 마음을 돌렸다. 그러나 남편은 이듬해 술을 마시고 또다시 A씨를 때렸다. A씨는 집을 나가 이혼 소송을 냈고, 지난 2012년 5월 이혼했다.

A씨는 지난 2014년 귀화를 신청했지만, 법무부는 ‘국내에 5년 미만 거주한 외국인에 적용되는 간이귀화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귀화를 허가하지 않았다.

국적법에서는 외국인이 귀화허가를 받기 위해 ▷5년 이상 계속해 한국에 주소가 있었는지 ▷민법상 성년인지 ▷생계를 유지할 능력이 있는지 등을 고려한다. 다만 국내에 5년 간 머무르지 않았더라도 ‘배우자와 혼인한 상태로 대한민국에 주소를 두고 있던 중 자신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정상적인 혼인 생활을 할 수 없었던 자’는 귀화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재판부는 법무부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지난 2008년 11월 입국해 5년 이상 국내에 주소를 두고 거주했으므로 간이귀화 요건을 적용할 필요가 없다고 봤다.

또 “A씨는 남편의 일방적인 잘못으로 혼인관계를 지속하지 못했으므로 자신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정상적 혼인 생활을 할 수 없었던 자에 해당한다”며 “법무부는 혼인의 파탄 경위와 잘못의 소재에 관한 법률적 평가를 그르쳐 재량권을 일탈, 남용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A씨가 4개 보험에 가입해 꾸준히 보험료를 납입한 점, 결혼 후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한 점 등을 들어 생계를 유지할 능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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