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김동연이 꿈꾸는 세상

그럴리 없었겠지만, 그가 만약 내게 “입각 제의를 받았는데, 어떡할까”라고 물었다면 난 반대했을 것이다. “하지 마세요”라고. ‘그럴리 없는’ 그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김 부총리 능력이 모자랄 이유는 없다. 김동연 하면 떠오르는 말이 ‘예산통 경제관료’다. 30년간 관료생활을 하며 기획과 예산통의 경력을 쌓았고, 2008년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시절엔 리먼브러더스 사태 후의 금융위기와의 전쟁에 최전선에 섰던 그다.

청와대 경제라인과 부처별 정책을 통할ㆍ조정하는 국무조정실장도 역임했으니 기재부 통합 이후 그가 예산통으로서 경제수장으로 지명된 첫 사례가 된 것은 전혀 이상할 게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딱히 인연이 없는 김 부총리를 발탁한 것은 그래서 수긍이 간다.

이런 김 부총리의 입각을 반대(?)한다고 했던 것은 그가 뒤늦게 발휘한 ‘교육자적 소통 모델’이 너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국무조정실장을 끝내고 아주대총장으로 간 그는 대학에서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으로 보여줬다. 총장이라는 딱딱한 옷을 벗고, 재임 시절 ‘총장과의 북클럽’, ‘함께하는 점심’ 등을 통해 8000명이 넘는 학생들과 만났다. 학업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서 경제적 지원을 요청할 수 있는 ‘아주 희망 SOS’ 등 신선한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그의 말대로 ‘유쾌한 반란’이었다.

기자는 김 부총리가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일때 처음 만났다. 관료 출신이라 딱딱할 줄 알았다. 냉철한 가슴일 것이라 예단했다. 몇번의 만남 뒤 그가 사람냄새를 풍기며, 해박한 지식을 가졌으며, 유난히 고전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됐다. ‘고졸 인생’ 얘기를 들은 것은 형, 동생이라는 호칭이 익숙해졌을 무렵이었다.

무허가 판자집에 살던 어린 시절, 은행에 취직해 소년가장으로 살던 상고 졸업 무렵의 시절, 쓰레기장에 버려진 고시 잡지를 주워 꿈을 키웠던 야간대학 시절…. 담담한 독백에서 받은 신선한 충격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내가 아는 김 부총리는 ‘자유로운 영혼을 꿈꾸는 사람’이다. 언젠가 식사 후 그로부터 책 하나를 선물받았다.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였다. 애독서라고 했다. 그는 ‘걸리버처럼 문제의식을 갖고 건강한 사회변화를 추구하고 싶었다’며 내게 읽어보라고 했다. 그러면서 놀랄만한 얘기를 덧붙였다. ‘제2 인생을 살고 싶은데, 만약 그렇게 되면 자유롭게, 정말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했다. 아주대총장 시절은 그가 말한 ‘제2 인생’이었을 것이다. 캠퍼스에서 매일 행복한 얼굴을 했을게 뻔하다.

그런 그가 ‘경제수장’을 맡은 것은 ‘개인의 행복’보다는 국가와 사회를 먼저 생각하는 공직자로서의 자세를 다잡은 것으로 해석한다. 기자가 아는 한 김 부총리는 ‘타이틀’보다는 ‘사명감’을 우선해서 결정할 사람이다.

김 부총리 앞에 영광만 있는 것은 아니다. 거대한 가시밭길이 대기 중이다. 글로벌 경기불황 극복과 일자리 창출, 친문(親文) 내각과의 조화 등 난제가 쌓여있다. 단단히 맘을 먹었을 것이다. 소신있는 경제 콘트롤타워를 기대한다 .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