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신당 압승…프랑스 ‘제 3의 길‘ 시작됐다

-마크롱 신당 앙마르슈 하원 350석 확보, 과반 이상 압승
-정치신인 대거 의회 진출, 한국계 입양아도 당선
-공화당 제1야당 지켰지만 사회당은 존립 위기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서른아홉의 정계 ‘이단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 정치사를 새롭게 썼다. 그가 이끄는 중도 신당이 프랑스 총선에서 과반 확보를 뛰어넘는 압승을 거뒀다. 정치 신인들과 함께 마크롱의 ‘정치 실험’이 본격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외신은 지난 60여년 간 중도 좌파와 우파가 집권해온 프랑스에 ‘제3의 길’이 열렸다고 전했다. 의회 주도권을 뺏긴 야당들은 낮은 투표율과 의회 민주주의 훼손 등을 두고 공세를 펼쳤다.

▶마크롱 신당, 하원 60% 이상 압승=19일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결선 투표 개표가 완료된 가운데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 연합이 하원에서 350석을 확보했다. 전체 577석 가운데 60% 이상이다. 이로써 앙마르슈는 창당 1년4개월 만에 프랑스 정치역사상 최대 승리를 기록했다.

다만 투표율은 42.64%에 그쳤다. 제5공화국 의회 선거 사상 최저 수준이다. 마크롱 신당이 좌ㆍ우파 진영을 모두 아우르는 전략을 취하면서, 좌우 정치적 분열이 모호해진 상황이 한 몫을 했다고 여론조사회사 IFOP는 분석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르 투케 시청사에서 총선 투표를 마치고 나온 뒤 시민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신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 계열은 이날 총선 결선투표에서 전체 하원 의석 577석 중 350석을 차지해 과반의 압승을 거뒀다. [르 투케=신화연합뉴스]

에드워드 피에르 총리는 “1년 전만 해도 아무도 이런 정치 개혁을 상상하지 못했다”면서 “민주주의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고자 하는 대통령의 열망과 의회에 새 얼굴을 원하는 프랑스인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앙마르슈의 총선 압승은 프랑스 정치에서 ‘제3의 길’이 시작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AP통신 역시 이번 선거가 중도파에게 프랑스 정치를 재구성할 권한을 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프랑스 현대 정치사는 마크롱 집권 직전까지 전통적인 좌ㆍ우파 정당들이 써왔다. 앙마르슈 출범 당시 마크롱 대통령은 “좌파도 우파도 아닌 정치ㆍ경제ㆍ사회 자유 촉진을 목표로 한 새로운 정치운동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총선 압승으로 마크롱의 ‘정치 실험’을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정치신인 대거 입성, 한국계 입양아도 정계 데뷔=앙마르슈는 이번 총선에서 농부, 교사, 수학천재 등 독특한 이력의 정치 신인들을 대거 후보로 내세웠다. 후보자들의 평균 연령은 48.5 살에 불과했다. 절반에 가까운 42%가 여성이었다.

당선된 인물 중에는 한국계 입양아 출신의 의사 조아킴 송 포르제도 포함돼 있다. 그는 스위스-리히텐슈타인 지역 53개 투표소 중 28곳에서 75% 이상 지지율을 얻어 당선됐다.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3개월 만에 버려져 프랑스로 입양됐다. 현재 스위스 로잔대학병원에서 신경방사선과 의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2016년 4월 한 행사에서 마크롱 대통령을 만나 출마를 제안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포르제 당선자는 앞서 인터뷰에서 “자유와 평등한 기회를 강조하는 마크롱 대통령의 노력을 높게 평가한다”고 밝혔다. 

▶위기의 야당, 최저 투표율에 맹공=보수정당인 공화당과 민주독립연합(UDI)은 131석을 차지해 야당 최대 세력이 됐다. 하지만 지난 의회에서 차지한 200석에는 한참 못 미친다. 프랑수아 바루앵 총선 대책본부장은 “공화당 신념을 지킬 만한 의석을 확보한 만큼 야당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전 정부 집권당이자 제1당이었던 중도좌파 사회당은 존폐 기로에 놓였다. 사회당-급진좌파당(PRG)은 32석을 얻은 상태다. 장 크리스토프 캉바델리 서기장은 총선 실패를 책임지고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당의 형식과 내용, 아이디어, 조직까지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좌파 연합 ‘라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은 프랑스)와 공산당,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은 각각 17석, 10석, 8석을 차지했다. 대선에서 마크롱과 경쟁했던 마린 르 펜 국민전선 대표는 에냉 보몽 지역에서 약 58%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야당은 유권자 기권율이 58%에 이른 것을 두고 앙마르슈의 존립 기반을 공격하고 나섰다. 르펜 극우전선 대표는 “총선에서 기권율 기록을 새롭게 쓴 건 공화국에 대한 불신이 절정에 이르렀음 뜻한다. 새로운 국회의 합법성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공세를 펼쳤다. 장뤼크 멜랑숑 앵수미즈 대표 대표 역시 “역대 최고 수준의 높은 기권율은 민주주의에 좋지 않은 현상”이라며 “정부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겨줬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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