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칼럼] 위장전입과 정동아파트 502호

되풀이되는 일이지만 고위 공직자 임명이 지지부진하다. 새 정부가 들어선지 한 달이 지났어도 비어있는 자리가 수두룩하다. 국정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이런저런 이유로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그 중 ‘위장전입 문제’가 두드러진다.

62년에 제정된 주민등록법은 누구든지 30일 이상 거주하기 위해 어느 지역에 전입하면 관할관청에 2주내에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90일 이상 해외에 나갈 경우도 신고 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엄한 법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국회청문회에서는 주민등록법 위반이라는 말보다는 ‘위장전입’이라고 교묘하게 법 위반사실을 비틀고 있다. 병역법 위반이나 음주운전 같은 사안은 직접 언급하면서… 아파트 분양이나 자녀를 원하는 학교에 배정받게 하기 위해 실제로 살지 않으면서 서류로만 주소를 옮기기 때문에 에둘러 표현을 한 것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주민등록법을 엄격히 적용하면 ‘위장전입’은 도덕적 문제가 아닌 법 위반 사안으로 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건 그렇고 강경화 외무부 장관 후보자의 ‘정동 아파트 502호’ 위장전입 사실은 별도의 수사가 필요한 사안이다.

외국에서 막 돌아 온 딸을 이화여고에 넣기 위해 아는 사람의 집에 위장 전입을 했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법 위반 사실을 떠나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아파트와 관련된 의혹은 별건이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학교와 학교장이 전세권을 가지고 있는 그 집에 1995년부터 2010년 사이 25명이 들락날락했다는 것이다. 그 가족에는 예외 없이 고교에 진학할 딸이 포함되었다는 점이다. 평균 거주기간이 짧았다는 것도 특이한 일이다.

이런저런 사안을 묶어서 보면 이 아파트가 이화여고에 진학하기 위한 정거장쯤으로 사용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 이 점을 가볍게 넘길 수는 없다.

학교나 교장과 친밀하지 않은 사람에게 쉽게 주소 이전을 허락하는 일은 좀처럼 일어날 수 없다. 아무에게나 자기 집에 전입을 용인한다는 것은 일반 상식으론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만일 학교 관사가 ‘위장전입’을 위한 징검다리로 사용되었다면 어영부영 넘어갈 일은 아니다. 누가, 어떻게 그리고 왜 그 집에 전출입했는지 낱낱이 밝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청문회 절차가 다 끝난 후에라도 별도의 수사가 필요한 일이다.

고위직에 거명된 사람 대부분이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공직 배제 5대원칙 중 한 두 개 정도와 배치된다.

이건 새삼스런 일도 아니다. 과거에도 익히 봐 왔던 일그러진 모습이다. 굴곡진 시대를 치열하게 견디어 온 사람들에게 흠결이 없을 수는 없다.

또 도덕적으론 조금 부족해도 역량이 뛰어 난 사람도 수두룩하다. 그렇다면 제도나 기준을 바꾸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이다. 비슷비슷한 일을 놓고 대단한 일인 것처럼 티격태격하는 꼴이나 정책 능력 검증은 뒷전으로 밀어 놓고 신상 털기에 열을 올리는 모습에 염증이 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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