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 증언거부로 30분 만에 끝난 朴 ‘뇌물 재판’

-난관 만난 검찰…삼성 뇌물죄 관련 증인들 잇딴 증언 거부?
-특검 “황성수 전무, 장충기 사장 등도 증언 거부한다고 들어”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증언을 거부하겠습니다”

19일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상진(64)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은 증언을 일절 거부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검찰은 40여개 질문을 이어갔지만, 박 전 사장은 “죄송합니다. 증언을 거부하겠습니다”는 답만 되풀이했다. 박 전 사장이 증언을 거부하면서 증인신문은 30분 만에 종료됐다.

박 전 사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근혜(65) 전 대통령과 최순실(61) 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

특검팀은 이날 박 전 사장에게 40여 개 질문을 던졌다. 수사과정에서 변호인의 도움을 받았는지, 삼성그룹 대외협력 사장으로 일하며 승마협회 회장으로 취임한 적이 있는지 사실관계를 묻는 질문이 이어졌다. 박 전 사장은 모두 거부로 일관했다.

박 전 사장이 계속해서 증언을 거부하자 한웅재 부장검사는 “증인으로 나와 거짓말을 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조언을 받아서 그런 것 아니냐”고 물었다.

형법에서는 법정에서 선서한 증인이 허위 진술을 했을 때는 처벌 대상으로 삼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피고인이 자신의 재판에서 신문을 받던 중 거짓 진술을 한다면 정도에 따라 정당한 방어권 행사로 인정될 수 있다. 박 전 사장은 한 부장검사의 질문에도 “거부한다”고 답했다.

박 전 사장은 박 전 대통령이 삼성그룹으로부터 433억 원 대 뇌물을 받은 혐의를 입증해 줄 핵심 인물로 꼽혔다. 대한승마협회 회장을 지낸 그는 삼성그룹이 최 씨 딸 정유라(21) 씨에게 승마 지원을 한 과정에 직접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특검에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지난 2015년 7월 25일 청와대 안가에서 독대한 뒤 상황을 상세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박 전 사장은 지난 16일 재판부에 증언 거부 사유서를 냈다. 증인신문 과정에서 질문 받을 내용이 자신의 형사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는데 영향을 줄 수 있고, 증언의 신빙성을 빌미로 위증 혐의로 추가기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검팀은 즉각 반박했다. 장성욱 특검보는 재판 시작에 앞서 “박 전 사장의 증언 거부는 무책임하고 부적절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관계자들도 모두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 증언을 거부할 예정이라고 변호인단에 전해들었다”며 “이들의 의도는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이익을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측 반대신문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특검팀은 또 국정농단 재판에서 삼성 관계자들이 유독 비협조적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임대기 제일기획 대표는 세 차례 증인으로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 출석하라는 통보를 받았지만 해외 출장을 이유로 출석을 거부했다.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과 이영국 제일기획 상무 등도 출장을 이유로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장 특검보는 “대기업 총수들이 연루된 수많은 형사 사건이 있었지만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재판 절차에 협조하지 않은 전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법제도 자체를 무시하는 삼성 관계자들의 오만한 태도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특검팀은 삼성 관계자들이 증언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혐의의 핵심인 이 부회장을 먼저 불러 증인신문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오는 26일 예정된 황성수 전무와 장충기 사장 대신 이 부회장을 먼저 증인신문하자고 제안했지만 재판부는 “1주일 전에 갑자기 증인을 바꾸는 건 변호인들에게 부담을 주는 일”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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