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논의’ 전국 판사 100명 모였다… 상설 회의체 생길지 주목

-전국판사회의 ‘신영철 촛불사태 개입’ 이후 8년 만
-국제인권법연구회 사법개혁 논의 훼방 의혹 규명 논의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규명 결의할 지도 주 안건

[헤럴드경제(고양)=좌영길 기자] 전국의 일선 판사 100명이 모여 사법개혁안을 논의 중이다. 법원행정처가 ‘국제인권법연구회’ 활동을 방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을 계기로 열린 이번 회의는 새정부 들어 단행될 사법개혁의 단초가 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각급 법원이 자체적으로 선발한 판사 100명은 19일 오전 10시부터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다. 전국 판사회의가 열린 것은 지난 2009년 신영철 전 대법관의 촛불 시위 재판 개입 사태 이후 8년 만이다. 

양승태 대법원장. [사진=연합뉴스]

국내 최대규모의 서울중앙지법 판사 11명을 포함해 대법원과 사법연수원 등 총 42곳을 대표하는 판사들은 이날 오전 9시께부터 회의 장소에 입장했다.대표자들은 각급 법원 판사들 전원의 위임을 받거나 직위별 선출 등의 방식으로 정해졌다.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서로 인사를 나눈 참석자들은 회의 시작 이후에는 회의실 문을 굳게 닫은 채 의제에 관해 토론 중이다.

주요 논의 사항은 △대법원이 국제인권법연구회 사법개혁 논의를 방해했다는 의혹에 대한 조사의 적절성 △조사 결과에 따른 책임소재 규명 △사법행정권 남용 재발 방지 방안 △법관대표회의 상설화 등 4가지다. 주제별로 미리 정해진 대표자가 발제하면, 참석자들이 자유롭게 토론한다. 한 참가자는 “끝나는 시간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지방에서 올라온 분들이 많고 내일 각자 일정이 있어 저녁 때 쯤이면 마무리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논의 결과도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지만, 의결되는 사항이 있을 경우 예외적으로 언론에 알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참석자들은 시간적 한계가 있는 점, 첫 회의인 점을 고려해 전국 단위 판사회의를 상설화하는 문제를 우선적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법원조직법상 각급 법원별로 법원장의 자문기구 역할을 하는 판사회의는 둘 수 있지만, 전국 단위 기구에 관해서는 별도의 규정이 없다. 대체적으로 대법원장의 권한 조정 등 세부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회의를 상설화할 필요가 있다는 분위기지만, 이러한 기구의 필요성이나 법적 근거에 관해 회의적인 의견을 밝히는 판사들도 일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인권법연구회는 지난 3월 학술대회를 통해 판사 500여명을 대상으로 대법원장의 권한 비대화에 따른 문제점 등을 설문한 결과를 발표했다. 미리 이 상황을 알고 있던 법원행정처는 사문화된 ‘중복가입 금지’ 내규를 들어 이 행사를 축소하려고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는 지난 4월 법원행정처가 주어진 권한을 일부 남용한 점이 있다고 결론냈지만, 이와 관련해 부당한 인사조치가 있었는지, 특정 성향의 판사를 관리한 명단의 존재여부에 관해서는 부정적 의견을 내놓았다. 이후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 등을 중심으로 조사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며 전국 법관 대표회의가 소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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