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혜로운 원전 정책 요구하는 고리1호기 퇴장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원전 중심 발전정책을 폐지하고 탈핵시대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이날 0시를 기해 영구 가동 정지된 국내 최초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원전 1호기 퇴역식에 직접 참석해 이같이 강조했다. 국내 에너지 정책의 구조적 변화가 불가피해졌다는 게 거듭 확인됐다.

이날 영구 정지된 고리 1호기는 그 동안 고리 한국이 세계적인 원전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톡톡히 한 몫을 했다. 또 화력 발전 일변도인 국내 전기에너지 생산에도 획기적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됐다. 이후 원전의 전력 공급 비중도 크게 늘어 전체 발전량의 30%를 웃돌게 됐다. 하지만 지난 2007년 30년의 설계 수명이 만료됐고, 10년간의 연장 기간도 이번에 모두 끝나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고리원전 1호기는 소임을 다하고 퇴장했지만 남겨진 과제는 적지않다. 국내 원전 정책 변화에 따른 차질없는 에너지 수급 방안 마련이 당장 급한 문제다. 말고도 경북 경주의 월성 1호기가 2022년 10년 연장 기한이 만료되는 등 2030년까지 설계 수명이 끝나는 원전이 11기에 이른다. 그렇다면 이들 원전도 고리 1호기의 전철을 그대로 따라갈 공산이 크다. 문 대통령도 이날 월성 1호기를 가급적 빨리 폐쇄 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당분간 신규 원전 건설은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 한수원은 지난달 경북 울진에 건설 예정이던 신한울원전 3,4호기의 시공 설계를 일단 보류했다. 건설 중인 11기의 원전도 사정이 좋지는 않다. 신고리 4호기와 신한울 1,2호기는 90%가 넘는 공정률을 보여 별 문제 없다. 하지만 시공 초기 단계의 원전들은 건설이 중단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공정률 27%인 신고리 5,6호기 조차 백지화 얘기가 나오는 판이다.

안전만 따진다면 원전을 없애는 데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원자력은 여전히 경제성이 뛰어난 매력적인 에너지원이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로 원전의 빈자리를 메우겠다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공급 단가가 두 배 이상 비싸 자칫 전기료 폭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무작정 줄이는게 능사는 아니라는 얘기다. 원전의 경쟁력을 가진 청정 대체에너지 연구 개발에 더 박차를 가하되, 그 이전까지라도 원전의 비중을 어느 정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그 전제가 안전임은 물론이다. 문 대통령도 말했듯이 원전의 안전을 국가 존망이 달린 국가 안보로 인식하면 못할 것도 없다. 장점을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는 합리적 지혜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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