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거스르는 추억드려요”…세상에 하나뿐인‘인장 주얼리’

진수정 ‘오드블랑’ 금속공예 작가
지문 등 고유 이미지 ‘왁스씰’ 판 안에 새겨
작년 산업통상자원부 ‘굿디자인’ 선정도

핸드메이드 열풍 분 美·日서 대박
신세계면세점 ‘명인명장 한수’ 에도 입점

‘내 아이의 첫 발자국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다면….’

누구나 소중한 사람과의 순간은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 오드블랑(ODDBLANC) 진수정(34) 작가는 그 모두의 바람을 금속공예 주얼리로 승화시켰다. 한국을 너머 전세계인들에게 소중한 순간을 봉인하는 장인으로 거듭난 진 작가를 최근 신세계면세점 명인명장 한수 팝업 전시장에서 만났다.


오드블랑 인장 주얼리는 중세 유럽시대 편피봉인 방식인 ‘왁스씰’ 인장 모양의 판 안에 아이 발자국, 사별한 배우자의 지문 등을 새겨 넣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주얼리다. 소중한 사람과의 순간을 중요한 편지봉투처럼 봉인한다는 각별한 의미로, 오드블랑 최고의 히트작이 됐다.

시작은 첫 아이의 돌 선물이었다. “첫 기념일이라 내 손으로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주고 싶어 금속 공예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진 작가는 차츰 금속공예 전시회와 공모전에 참가했고, 결국 다니던 공기업을 그만두고 주얼리 사업에 매진했다. 첫 아이의 소중한 순간을 기록하며 희열을 느낀 진 작가처럼, 고객들도 “아이의 태명, 출생 몸무게, 태어난 시간 등 기록하고 싶은 순간 관련된 문구를 정하며 주얼리 디자인에 직접 참여한다는 데 큰 흥미를 느낀다”며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박은 해외에서 먼저 터졌다. 처음엔 국내서 위탁 판매를 주로 하다가, 핸드메이드 붐이 일찌감치 일었던 미국에서 온라인 판로를 연 것이다. 100% 수작업과 고객들마다 각기 다른 디자인이 들어가다 보니 고객과의 소통은 필수다. 그는 “고객 한 분 한 분의 깊은 사연이 기억에 남는다”며 “남편과 사별한 부인이 남편을 새겨 기억하고 싶다며 흐린 사진을 보내왔는데 작업하는 데 꽤 많은 시간과 수고가 들어 힘들었지만 값진 위로를 해준 것 같아 뿌듯했다”고 한 사례를 회고했다.

호스피스 병동의 시한부 환자가 손주들에게 선물을 주고 싶다며 10개가 넘는 주얼리는 의뢰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진 작가는 고객들과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고객 의견이 작품에 많이 반영되도록 애썼다.


이같은 ‘하나밖에 없는’ 주얼리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미국, 일본, 중국 등을 거쳐 국내에서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한 소속사에서 의뢰해 유명 연예인의 굿즈를 제작하기도 했고, 최근엔 지상파 드라마의 소품 지원까지 하게 됐다.

서울 인사동 쌈짓길에 있던 매장에 이어 신세계면세점 명인명장 한수에도 입점했다. 최근 진 작가가 24시간이 모자라는 이유다.

직접 수작업으로 해야 하니까 포장, 배송, 고객들과 소통 등등을 하기에 너무 바쁘다. 고객들에게 수작업으로 인해 몇주가 걸린다고 사전에 설명을 하지만 언제 배송이 되는지 묻는 고객이 많다. 많은 주문량으로 작업이 밀려있기 일쑤다. 하지만 보조직원을 채용하고 작업실을 정비하면서 사업확장에 더욱 매진하고 있다. 그는 “남편과 두 아이에게도 처음엔 희생을 강요하는 것 같아 신경이 쓰였지만, 이젠 응원해주고 가끔 아이들을 작업실에 데리고 와 엄마가 하는 일을 보여준다”고 했다.

진 작가와 오드블랑은 여전히 ‘가고 싶은 길’이 멀다. 진 작가는 지난해 출품한 인장 주얼리 세트가 산업통상자원부의 ‘굿디자인’ 선정을 받으면서 작품들에 대한 자신감이 더욱 생겼다. 또 인장 디자인이 입소문을 타면서 무단도용하는 사례도 있어 특허청에 상표권을 등록했고, 미국과 중국엔 상표권을 출원하는 등 브랜드 정비에 나섰다.

“천천히 가되 길게 가고 싶어요. 국내 공모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으니 이제 국제 디자인 공모전에도 작품들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아 참, 요즘 바빠서 신제품 개발에 소홀했는데 머릿속에 아이디어로만 있는 새로운 디자인도 빨리 작품으로 내놓고 싶어요. 아이고, 천천히 간다했는데 마음이 급하네요(웃음).”

구민정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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