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구성하는 ‘사무분담권’…판사회의가 넘겨 받을까

법원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지난 3월 개최한 토론회 내용을 보면 앞으로 판사 대표회의에서 논의될 주요 의제를 가늠할 수 있다. 특히 재판부를 구성하는 사무분담 권한을 법원장에서 판사회의로 넘긴다면 현재 형식적으로 열리는 판사회의는 실질적인 의사 결정기구로 격상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인권법연구회는 당시 법원장의 사무분담권을 선거로 구성한 각급 법원의 판사회의 운영위원회에 넘기는 안을 제시했다.

현행법상 사법행정사무의 주체는 대법원장으로, 대법원 규칙에 따라 각급 법원 장에게 이 권한을 위임할 수 있다. 이를 근거로 사무분담은 법원장이 수석부장판사와 논의해 결정하는 게 통상적이다. 영장전담 판사처럼 같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다수 다루게 되는 재판부 인선은 대법원의 의중이 실리기도 한다.

현재 법원장의 자문기구에 불과한 판사회의가 적극적으로 사무분담을 정하려면 대법원 규칙만 고쳐서 위임할 수 있는지, 법을 개정해야 하는지 논란이 생길 수 있다. 법원조직법 9조에서는 대법원장이 사법행정사무 권한 위임할 수 있는 대상을 법원행정처장과 각급 법원장, 사법연수원장, 법원공무원교육원장, 법원도서관으로 열거하고 있어 입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만 현행법 하에서도 법원장이 판사회의 의견을 따르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권한을 넘기는 방법도 가능하다. 서울동부지법의 경우 올해부터 사무분담을 확정하기 전에 판사회의에서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

이밖에 법원장을 소속 법관들이 선출하게 하는 ‘호선제’도 논의됐다. 유럽 국가와 미국 주 여러 곳, 국제재판소에서 채택하고 있는 방식이다. 법원행정처에 상근하는 판사를 점진적으로 없애고 일반 행정 공무원으로 채우도록 하는 안도 제시했다.

국제인권법연구회 간사였던 김형연(51·사법연수원 29기) 전 인천지법 판사는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임명됐다. 연구회 논의 내용 상당 부분이 문재인 정부의 사법개혁 논의 과정에 반영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993년 ‘사법제도발전위원회’는 영장심사제를 도입하는 성과를 거뒀고, 2003년 ‘사법개혁위원회’는 법학전문대학원 제도와 국민참여재판 도입을 건의했다.

고양=좌영길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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