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핵’ 외교안보라인…그 앞에 버거운 국제현실

장관·특보·안보실 인사 난맥상
대화·자주외교 총체적 난국 직면
대치 심화 주요국과 벌어진 간극

靑안보실 2차장에 남관표 임명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이 총체적 난국에 직면했다.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 청와대 국가안보실, 장관 등 최근 논란이 불거진 인사마다 모두 외교안보 라인이다. 단순히 특정 개인 차원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는 걸 방증한다.

참여정부를 계승해 대화와 자주외교를 중시하려는 새 정부 철학과 북한을 포함한 주요국 국제정세와의 간극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대화국면을 주도적으로 이끌겠다는 새 정부 의지와 달리 북한의 잇단 핵ㆍ미사일 도발과 ‘웜비어 사망’ 소식에 국제정세는 오히려 대치가 가중되는 악화일로다. ‘제재와 보복’ 국면에서 ‘대화를 통한 평화정착’이란 새 정부의 정책 조급증이 곳곳에서 파열음을 낳고 있다. 한미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이 같은 간극이 한미 동맹의 균열을 불러오고, 조율되지 않은 문정일 특보의 워싱턴 발언과 청와대의 사드보고 누락 경위조사 등은 우리 외교의 아마추어리즘을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무엇보다 통일외교안보에서 대통령 자문단 역할을 하는 특보직부터 난항이다. 홍석현 특보는 위촉된 이후 수차례 사의 의사를 청와대에 표명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홍 특보는 지난 19일 공식적으로 고사 의사를 표명했고, 청와대도 20일 해촉 절차를 밟기로 했다.

문정인 특보는 ‘사견’을 전제로 한 각종 발언이 거센 후폭풍을 일으켰다. 특보는 “대통령 조언자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시기에 외교적으로 민감한 발언을 내놨다는 점이 논란을 키웠다. 일각에선 “북핵 동결땐 한미훈련 축소” 등 문 특보의 발언이 문재인 대통령의 해법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미리 미국의 반응을 떠봤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정상회담을 일주일여 앞두고 우리측 전략을 노출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청와대 인사 중에서 공개적으로 사의 표명이 알려진 건 홍 특보 외에 김기정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이 있었다. 김 전 차장은 대선 때부터 새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 핵심 인사로 꼽혔으나, 김 전 차장이 물러나면서 청와대 내 외교안보 라인에 공백이 생겼다.

청와대는 이날 남관표 신임 2차장을 임명했다. 남 신임 2차장은 외시 12회 출신으로 외교부에서 정책기획국장, 국무총리실 규제개혁조정관 등을 거친 외교 전문가다. 김 전 차장이 사의를 표명한 지 16일 만이다.

한민구 국방부장관, 강경화 신임 외교부장관 등도 각각 사드 보고 누락ㆍ임명 강행 등으로 논란 중심에 섰고, 인사가 시급한 송영무 국방부장관 후보자ㆍ조명균 통일부장관 후보자 등은 인사청문회부터 파행을 겪고 있다. 집권 초부터 인사난맥, 정책 공백, 발언 논란 등이 유독 외교안보 라인에 쏠렸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철학은 대화와 자주외교가 핵심이다. 북한을 대화 장으로 이끌고, 한반도 평화 구축 과정에서 한국이 자주적으로 외교 역량을 발휘하겠다는 게 골자다. 동맹과 제재를 중시하는 단순 도식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도 담겼다.

문제는 주변 환경이다. 당장 윔비어 사망으로 북미관계는 감정적으로도 격앙된 상태다. 북한은 최근까지 일주일 간격으로 미사일 도발을 강행했고, 사드 배치를 두고 미중 간 세대결 한 가운데에 섰다.

최근 우리 정부의 잇단 대화 제스처에도 불구, 북한은 핵포기를 전제로 한 남한의 대화론은 망상이라고 일축 했다. 취임 초부터 대화외교도 자주외교도 쉽지 않은 국제정세에 직면한 문재인 정부다.

그러다보니 대화ㆍ자주외교를 중시하는 외교안보 라인의 국정 철학과 대내외 현실 사이에서 충돌이 생긴다. 문 특보의 발언이 그 예다. 전날 “북한이 핵개발을 중단하면 한미군사훈련 등을 축소할 수 있다”고 밝혀 논란을 낳았던 문 특보는 이날 “현 시점은 북한과 대화할 수 없는 상태”라고 한발 물러섰다.

김상수 기자/[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