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급대책 없는 부동산 투기억제 정책의 한계

문재인 정부의 첫번째 부동산 투기억제정책이 나왔다. 다음 달 3일부터 서울과 경기·부산 일부 지역, 세종 등 ‘청약조정지역’에 한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을 10% 포인트씩 내리는 게 핵심이다. 집단대출의 일종인 잔금대출에 DTI 규제를 신설하고 서울 전역에서 분양권 전매를 금지하는 것도 포함됐다. 하반기에는 청약조정지역의 재건축 조합원이 분양받을 수 있는 주택을 최대 3채에서 1채로 줄이는 내용도 있다. 서울 강남 등지를 투기과열지구로 묶는 방안은 검토 끝에 보류됐고, 유예됐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예정대로 내년 초부터 재개된다.

정부는 “투기수요는 억제하되, 실수요자는 최대한 보호하는 맞춤형 규제”라고 자평한다. 하지만 이는 ‘맛보기식 임시대책’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시장에서 8월쯤 또 다시 부동산 정책이 나올 것으로 관측하는 이유다. 정부 스스로도 “주택시장 동향과 지표 등을 정례적으로 분석해 과열 추세가 계속되거나 심화할 경우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지나친 투기억제책이 부동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고 기껏 회복기미를 보이는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하는 것은 정부로선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최선의 부동산 정책은 과열은 막으면서 식어버리지도 않게 만드는 것이다. 수요를 억제하는 것만으로는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얘기다. 부동산 역시 시장이다. 시장은 수요와 공급 두 날개로 날아가는 새다. 한쪽만으로는 안정된 비상이 불가능하다. 매 정부마다 수 많은 부동산 정책이 시장의 급등락을 야기해 온 것은 수요나 공급 한쪽 측면에 치우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과 9월, 11월 잇따라 나왔던 부동산 정책은 냉온탕의 전형이었다. 중도금 대출 규제, 전매제한기간 강화, 1순위 제한, 재당첨 제한 등이 줄줄이 발표됐지만 시장의 동요만 불러왔다.

오늘날 부동산 투기의 원인은 초저금리에서 오는 과도한 유동성과 함께 향후 양질의 주택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불안감에 기인한다. 이미 새로운 신도시는 2~3년 전부터 끊겼고 5년 뒤엔 수도권 공급 부족 우려의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장기적인 주택정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매년 임대주택 17만 가구 공급 등 문 대통령의 공약을 구체적인 정책으로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시장심리가 안정된다. 도심에 대규모 임대주택 건설이 어려운 점을 고려하여 공공용지나 그린벨트 해제 등 과감한 택지공급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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