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원 개혁, 정치적 중립 지키려는 의지가 관건

민간인 중심으로 구성된 ‘국정원 개혁 발전위원회’가 19일 출범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했던 국가정보원 개혁이 본격 시동을 건 것이다. 개혁위는 앞으로 정치개입 논란 등 국정원의 과거 적폐를 뿌리째 뽑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정보기관으로 거듭나는 방안을 마련하게 된다. 또 국정원의 권한 남용과 인권 침해 방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도 진행될 것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국정원이 본연의 임무에만 충실할 수 있도록 인력과 조직을 대폭 정비하겠다는 것이다. 그만큼 그간의 국정원 활동이 정상 궤도를 많이 벗어나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국정원을 제자리로 돌려놓겠다는 건 반갑고 높이 평가할 일이다. 실제 지난 날 국정원은 제대로 된 정보기관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특히 군사 독재시절 국정원 전신인 중앙정보부는 정적을 제거하고 탄압하는 공작 정치의 산실이나 다름없었다. 이후 국가안전기획부를 거쳐 지금의 국정원으로 기관명이 바뀌는 등 시대 변화에 따라 많이 달라졌다고 하나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역대 대부분 정권은 권력을 비호하는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국정원을 활용했고, 국정원 역시 정권의 충직한 손발 노릇을 해 왔다는 점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국정원 개혁의 당위성은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다. 다만 그 과정에서 개혁에 집착해 정보 수집 등 고유 기능이 약화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서훈 국정원장이 취임과 함께 폐지 지시를 내렸던 국내 정보 수집 업무도 자칫 그런 경우가 될 수 있다. 서 원장의 의도는 정부 부처나 언론기관, 시민사회단체, 기업 등의 동향을 파악하고 이를 이용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릇된 관행을 없애는 데 있다. 그건 잘 한 일이다. 그러나 그 때문에 정보 수집 업무 자체가 차질을 빚어선 안된다는 얘기다. 국정원을 개혁하고자 하는 건 정치에 관여하고 불법 활동을 차단하자는 것이지 기능을 약화시키거나 축소하자는 게 아니다.

국정원이 국가 안보의 중추적 역할을 다하고, 글로벌 경제 전쟁에서 한 발 앞서가는 정보기관으로 자리매김 하려면 철저히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 개혁도 필요하지만 이를 운용하는 정권의 의지가 더 중요하다.

국정원 개혁을 주창한 문 대통령부터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 다음 정권도 마찬가지다. 정권이 들어서면서 국정원장부터 갈아치우는 일은 없어야 한다. 독립성 확보를 위해 국정원장 임기도 미국 CIA처럼 10년쯤으로 늘리는 것도 검토해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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