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관계자들의 꾹 다문 입…朴 뇌물죄 재판 향방은?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증언 거부
-특검, “확보한 물적 증거만으로 혐의입증 가능“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삼성그룹 관계자들이 박근혜(65)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 재판에서 증언을 거부하기로 해 혐의를 입증하는 데 급제동이 걸렸다. 뇌물을 주고받은 양자중 한쪽 편이 증언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어서 박 전 대통령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하는데 커다란 난관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진(64) 전 삼성전자 사장은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증언을 거부했다. 그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40여개 질문에 모두 “거부하겠다”고 답했다. 뇌물 수수 과정에서 주요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 등도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 증언을 거부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설명=법정으로 들어서는 박상진 전 사장/사진출처=연합뉴스]

‘삼성 뇌물 혐의’의 핵심 관련자들이 증언을 거부하면서 특검팀이 박 전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기본적으로 삼성 관계자들의 특검 진술조서가 법원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수사기관에서 받아낸 진술조서는 변호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진술을 한 당사자가 법정에 나와 직접 진술하고 조서에 서명한 사실을 확인해야 증거로 쓰일 수 있다.

박 전 사장은 19일 법정에서 “특검에서 조사를 받을 때 사실대로 진술하고 조서를 확인했느냐”는 질문에도 답변을 거부했다. 다른 삼성관계자들도 박 전 사장처럼 답변을 전면 거부한다면, 재판부가 이들의 진술조서를 모두 증거에서 제외해야 할 수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들이 진술을 거부하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 전 사장 등 삼성 관계자들이 여러명 각각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 재판에 출석해 섣불리 증언했다가 자신의 재판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형사소송법에서는 ‘자신이나 친족 등이 형사소추되거나 유죄판결을 받을 우려가 있을 때’는 증인이 증언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특검팀은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조사 당시 물적 증거를 보여주면서 진술을 받았다”며 “법원에 제출한 물증만으로도 큰 틀에서 혐의를 입증하는 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특검팀은 이 부회장과 독대하기 전 박 전 대통령이 보고받은 ‘대통령 말씀자료’와 독대 직후 박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이 담긴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의 수첩’을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다. 이를 바탕으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과정에서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 등 삼성관계자들의 재판 기록을 전달받아 박 전 대통령 뇌물 사건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박 전 사장 등은 진행되고 있는 자신과 이 부회장 등의 형사 재판에서는 피고인 신분으로 증언하겠다는 입장이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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