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리치] 워싱턴DC가 새로운 ‘테크 수도’로 떠오른다

[SUPERICH=윤현종ㆍ이세진 기자] 미국의 ‘원조 수도’인 워싱턴 D.C.가 기술기업들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백악관, 국회의사당, 펜타곤 등이 밀집해 있어 ‘정치 일 번지’인 줄만 알았던 이곳이 어떻게 ‘넥스트 실리콘밸리(next Silicon Valley)가 됐을까. 

워싱턴 D.C.에 본거지를 둔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1776’ 팀과 만난 바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 [게티이미지]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업체 쿠쉬먼 앤 웨이크필드는 최근 기술 기업에게 최적화된 환경이 형성된 도시들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테크 씨티 1.0’(Tech Cities 1.0)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도시에 고등 교육 기관이 얼마나 많은지, 벤처캐피털 유입이 어느 정도인지, 일자리는 얼마나 많은지 등이 평가 기준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기술 기업이 가장 일하기 좋은 도시는 ‘실리콘밸리의 본고장’ 캘리포니아 주 산호세였다. 산호세와 70㎞ 정도 떨어진 미국 서부 대도시 샌프란시스코가 2위에 올랐고, 워싱턴 D.C.가 3위에 올랐다. 매사추세츠 주의 보스턴ㆍ케임브리지 지역,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채플힐, 워싱턴 주의 시애틀, 텍사스 주 오스틴, 콜로라도 주의 덴버 등이 뒤를 이었다.

테크 도시로서 D.C.의 부상은 최근 4~5년새 두드러졌다. 애초부터 생명과학이나 정부 관련 산업들로 규모가 컸던 곳이지만 정책 입안자들과 밀접한 관계를 필요로 하는 기술 기업들에도 매력적인 도시라는 것이다. 게다가 첨단기술에 능통한 인력 풀도 상당하다. 여러 씽크 탱크들을 비롯해 조지타운 대학, 조지 워싱턴 대학, 아메리칸 대학 등 유수 대학들이 모여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의 집무실이 있는 백악관 [게티이미지]

특히 사이버보안 분야의 스타트업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D.C.는 미국 내에서 다른 어느 도시보다 사이버보안 스타트업이 가장 많이 생겨나는 곳이다. 미국 국방부나 정부 조직, 수사ㆍ정보기관이 밀집해 있기 때문에 이곳 출신들이 시큐리티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투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으로 자리잡았다.

이메일 보안 시스템을 제공하는 버트루(Virtru), 사이버범죄를 막기 위해 웹캠을 차단하는 아이블록(Eyebloc), 지적재산권 도용을 차단하는 록트다운(LoctDown) 등이 대표적이다.

기존 금융기관과 정부와 협력이 필수적인 핀테크(fintechㆍ금융기술) 스타트업이나, 정부 데이터에 접근이 쉬워 이를 활용한 정치 분야 스타트업들도 상당하다. 한국계 미국인 티모시 황(Timothy Hwang)이 창업한 피스컬노트(FiscalNote)는 정부기관을 상대로 하는 입법 과정에 참고할 솔루션을 제공하는 정치 스타트업이다. 

피스컬노트 창업자 팀 황

워싱턴 D.C.가 새로운 ‘테크 1선 도시’로 올라서는 동안 미국 최대 뉴욕의 기세는 한풀 꺾였다. 몇해 전부터 ‘실리콘앨리’라고 불리며 신생 스타트업들이 많이 나왔지만, 실리콘밸리에 비해 숙련된 엔지니어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분명했다고 쿠쉬먼 앤 웨이크필드는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또 1~2위 도시인 산호세와 샌프란시스코는 인력과 제반 환경 면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무실 임대료ㆍ주거 비용 등이 올라 오스틴, 덴버, 샌디에고, 솔트레이크시티 등 2선 도시 시장들로 이동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주택금융청에 따르면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샌프란시스코의 주택가격지수 상승률은 57%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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