웜비어 사망 “北 잔혹한 정권”…트럼프 보복 강력 시사

- 혼수상태 귀환 6일만에 운명, 미국내 비판 여론 고조
- 트럼프 “北 잔혹행위 막을 결심 굳혀” 제재 임박…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다 지난주 ‘코마 상태’로 송환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씨(22)가 결국 19일(현지시간) 숨을 거뒀다. 의식 불명 상태로 가족들과 만난 지 6일 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은 잔인한 정권”이라고 맹비난하며 향후 미 정부의 대북(對北) 강경책을 예고했다. ‘웜비어 사망 쇼크’로 미국 내 북한 비판 여론이 들끓으면서 향후 미국의 대북제재 등 보복 조치가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2·3면

월스트리트저널(WSJ), CNN 등에 따르면, 북한에 억류됐다가 지난주 혼수상태로 송환된 오토 웜비어는 이날 오후 2시20분께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망했다. 웜비어가 입원해있던 미 오하이오 주(州) 신시내티 주립대병원은 가족들 명의의 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가족들은 성명에서 “웜비어가 집으로의 여행을 완전히 끝냈다고 발표하는 것은 우리의 슬픈 의무”라며 “불행히도 우리 아들이 북한의 손아귀에서 받은 끔찍한 고문과 같은 학대는 우리가 오늘 경험한 슬픔 외 어떠한 다른 결과도 낳을 수 없도록 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2016년 1월 평양공항에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던 웜비어를 체포해 그에게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한 뒤 구금해왔다. 미국과 북한의 오랜 교섭 끝에 지난 13일 혼수상태로 고향에 돌아왔지만 송환 6일 만에 사망 선고를 받았다. 웜비어는 적어도 14개월 전 심각한 뇌 손상으로 1년 넘게 혼수상태였다고 신시내티 의료진은 밝혔다. 북한은 그동안 웜비어의 상태를 숨겨왔으며 그가 식중독인 보톨리누스 증독증으로 수면제를 복용한 뒤 코마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웜비어의 가족들은 “아들이 신시내티로 돌아왔을 때 말하고 보고, 언어 명령 등에 반응하지 않았다”며 “그가 매우 불편해 보였고 거의 괴로운 상태였다”고 전했다. 이어 “웜비어가 돌아온 지 하루 만에 얼굴 표정이 바뀌었다”며 “그는 평온했고, 우리는 그가 집에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가족들은 웜비어를 사망으로 몰고간 건 북한 정권의 고문 등 학대 때문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가족들은 AP 통신에 “북한 정권이 아들을 어떻게 짐승 취급하고 위협했는지 알기 원한다”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웜비어의 사망 소식을 듣자마자 공식회의 석상에서 북한을 “잔혹한 정권(brutal regime)”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이어 별도의 공식 성명을 통해 “미국은 다시 한 번 북한 정권의 잔혹성을 규탄한다”면서 “오토의 불행한 운명은, 무고한 사람들을 상대로 법규범과 기본적 인간의 품위를 존중하지 않는 정권이 저지른 비극을 막겠다는 우리 정부의 결심을 더욱 굳혔다”고 말했다.

이는 향후 미국의 대북제재 정책의 강화 등 ‘보복’을 예고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미 국무부는 이날 북한의 최대 동맹국인 “중국에 대북제재를 보다 강화하라”고 촉구하는 등 대북제재 강화 태세로 전환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은 “미국은 웜비어가 부당하게 감금된 것에 대해 북한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CNN은 웜비어의 죽음이 미국 정부의 가장 높은 수준의 북한 정권 비판을 이끌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그동안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가운데 코마 상태로 귀국한 것은 그가 처음”이라며 “그의 죽음은 이미 긴장 상태에 있는 미국과 북한의 관계를 더 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회 안팎에서도 북한 비난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상원 군사위원장인 존 매케인 공화당 의원은 “미국 시민 오토 웜비어는 김정은 정권에 의해 살해당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은 잔인무도한 권력에 의해 미국민이 살해당했다는 걸 용납해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빌 리차드슨 전 UN 미국대사는 웜비어의 죽음에 “슬프고 화가 난다”며 “북한 정권의 웜비어를 다룬 태도는 ‘인류에 대한 범죄’”라고 밝혔다. 그는 또 “현재 억류된 3명의 미국인과 캐나다인을 석방하라”고 북한에 촉구했다. 미 당국에 따르면 현재 북한에는 3명의 미국 시민권자들이 억류돼 있다. 이들은 모두 한국계로 김동철 목사와 김상덕 김학송 씨 등이다.

셸던 하이트하우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CNN에 “북한이 미국인을 구금하는 것을 허용해선 안된다”며 “그들이 미국인들에게 잔혹행위를 하고 혼수상태에 빠져 죽게 만들 순 없다”고 대북제재 강화를 촉구했다.

미국 내에선 이번 웜비어 사망이 북한의 구타 등 잔혹행위의 결과라는 시각이 힘을 얻으며 대북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NYT는 미 정부가 웜비어가 북한에 구금된 동안 반복적으로 구타를 당했다는 정보 보고를 입수했다고 전했다. 또 웜비어의 귀국 후 의료진의 브리핑에서 적어도 14개월 전 심폐기능이 정지하면서 뇌조직이 손상됐다는 브리핑 결과 구타 및 고문 의혹은 짙어졌다.

의회에선 북한을 ‘여행금지국가’로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웜비어의 사망이 의회 또는 트럼프 정부의 미국인 북한 여행 제한이나 금지를 압박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미온적 태도를 보이던 의원들도 웜비어 사망을 계기로 대북 정책에 태도를 전환할 수 있다고 WP는 전했다. 지난달 민주당 애덤 쉬프, 공화당 조 윌슨 하원 의원은 관광 목적의 여행은 전면 금지하고 그외 방문객에 대해선 정부의 사전 허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북한여행통제법’을 발의한 상태다.

조민선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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