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웜비어 사망] 文대통령 “北 인권 존중 않는 것 개탄”

[헤럴드경제=신대원ㆍ문재연ㆍ유은수 기자]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다 의식불명 상태로 송환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가 끝내 숨을 거두면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당장 웜비어 사망으로 미국 내 대북여론은 크게 악화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대북정책에서 당근보다 채찍을 들 수밖에 없다. 북미관계 경색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추진에도 제약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웜비어 사망과 관련해 조전을 보내면서 북한이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데 대해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인류의 보편적 규범 가치인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대단히 개탄스럽다”고 말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상태가 나빠진 즉시 가족에 사실을 알리고 최선의 치료를 받게 했어야 할 인도적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어야 했다”며 이같이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변인은 이어 “북한은 아직도 우리 국민이나 미국 시민들을 억류하고 있는데, 속히 이들을 가족들에게 돌려보내야 할 것”이라며 “정부도 이를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웜비어 사망 이후 상당히 격앙된 분위기여서 북미관계가 최악의 국면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겨냥해 “정말 나쁜 정권”이라고 비판한데 이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나머지 억류 미국인 3명의 석방을 촉구하면서 “북한은 부당한 웜비어 체포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은 “웜비어는 김정은 정권에 살해당했다”고 규정하면서 “미국은 이 같은 흉포한 무리로부터 자국민이 살해당하는 것을 참을 수도, 참아서도 안된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차두현 통일연구원 초청연구위원은 20일 “미국 내 북한에 대한 여론이 기존과 달라졌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여론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며 “북미 간 핵 타결이나 협상 자체가 상당히 뒤로 미뤄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웜비어 사망으로 미국의 대북정책은 한동안 경색될 것”이라며 “당분간 대화 얘기는 들어갈 수밖에 없고 제재와 압박 강화와 중국의 역할 촉구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한국 정부는 이번 사안이 새 정부의 대북정책 추진에 변수가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이 문제가 북미관계는 물론 남북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정부로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진행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최고의 압박과 관여를 표방해온 미국이 대북압박ㆍ제재 쪽으로 확실히 돌아선다면 대화와 제재를 병행하는 가운데 포괄적이고 단계적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을 미국에 설득하기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열흘 앞으로 다가온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북 강경메시지가 채택된다면 향후 수년간 남북관계를 제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교수는 “한국이 주도적인 남북대화를 추진할 경우 한미관계가 점점 더 소원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신대원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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