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웜비어 사망] 文정부 자주외교 딜레마…한미 정상회담 악재 겹쳐

-北서 ‘혼수상태 귀환’ 웜비어 사망…美 대북여론 악화
-文정부, 사드논란ㆍ한미 안보동맹 논란 겹쳐

[헤럴드경제=문재연ㆍ유은수 기자] 북한에 17개월 동안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풀려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22)의 사망이 자주적 관점에서 대북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노선에 악재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웜비어 학생이 19일(현지시간) 사망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제재 국면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웜비어의 사망소식을 전하며 북한을 “잔혹한 정권”(brutal regime)이라면서 “그러나 이 문제도 곧 해결할(handle)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날 미국 국무부는 북한의 가장 큰 교역국이자 동맹국인 중국에 대북제재를 더 강화하라고 공식 요구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은 오는 21일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중국과의 외교안보대화에서 중국 측에 이같은 요구를 직접 전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문제는 제재국면이 강해지면서 대북접촉 및 대화 여건에 대한 협상의 폭이 좁아졌다는 것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6ㆍ15 남북공동선언 17주년 기념식 기념사에서 북한이 핵ㆍ미사일 추가도발을 중단할 경우 조건없는 대화에 나설 수 있음을 밝혔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취하는 ‘최대한의 압박과 개입’(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에서 벗어나지 않은 담론이기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 정상이 북한과의 ‘대화 여건’을 조율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웜비어의 사망으로 한미 정상회담 주요의제인 ‘한반도 평화실현’에 대한 세부적 논의는 이뤄지기 힘들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과의 대화 전제조건을 한미 간에 조율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하는 시각이 있었는데, 이번 사건으로 가능성이 조금 희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겸임 연구위원은 “개성공단 재개를 놓고는 속도나 수위조절에 조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웜비어 사건이 한미 정상회담의 핵심이슈로 부각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북한의 인권문제를 환기하는 차원의 요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웜비어의 사망은 한미 안보동맹을 둘러싼 우리 정부의 입장을 개진하는 데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주한미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배치를 놓고 미국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이 북한의 핵동결과 한미 연합훈련을 연계하는 발언을 하면서 미국 보수측에서는 한국의 동맹의지를 의심했다. 김 교수는 “한국 주도적인 남북대화를 추진할 경우 한미 관계가 점점 더 소원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한미 간 대북정책을 합의하지 않고 한국 혼자 추진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일 수 있는데, 여기에 사드 이슈까지 있다. 정상회담에서 제대로 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한미 동맹 자체가 상당기간 동안 힘들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우려했다.

반면, 신 교수는 “우리 정부의 대처로 미국이 오해없이 협조를 잘 이루겠지만, 일련의 발언이 한미 정상회담 2주 전에 나온 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속내를 의심할 것으로 보인다”이라며 “이번 회담을 통해 그 의구심을 푸는 것이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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