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판사 100명, ‘사법부 블랙리스트 관리’ 추가 조사 결의

-법원행정처 PC 등 증거 확보해 ‘블랙리스트 실체’ 밝힐지 주목
-법원장급 부장판사부터 배석판사까지 ‘판사’로 호칭 통일해 ‘자유토론’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전국 법원을 대표한 판사 대표 100명이 이른 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관해 추가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결의했다.

19일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모인 대표자들은 오후 논의를 거쳐 표결을 통해 이같이 결정했다. 이들은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의 기획과 의사결정, 실행에 관여한 이들을 정확하게 규명할 필요가 있다”며 “이른바 블랙리스트 존재 여부를 비롯해 여러 의혹을 완전하게 해소하기 위해 추가조사를 시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19일 오전 10시 전국 2000여명의 판사를 대표한 판사 100명이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열리는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참가했다. 8년만에 열리는 전국법관대표회의로 사법개혁의 중요한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정희조 기자/[email protected]]

아직 재조사 주체는 정해지지 않았다. 판사대표회의에 소위원회를 두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대표회의 측은 “완전한 재조사가 아니다, 미흡한 부분에 대해 추가로 조사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 안건은 참석자의 과반수를 기준으로 의결하고 있다. 강제력은 없지만, 각급 법원에서 다수결 투표나 위임 등을 통해 대표성을 가진 이들이 모인 만큼 양승태 대법원장도 상당한 무게를 두고 결의 내용을 검토할 것이라고 주최측은 기대하고 있다. 추가 조사 범위와 대상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지만, 법원행정처 관계자들의 PC 등 물증을 확보해 ‘블랙리스트’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규명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일부 참석자들은 기존 진상위원회 조사 내용이 충분하다거나, 추가 조사가 새로운 분란을 일으킬 수 있어 반대 의견을 개진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의는 법원장급인 사법연수원 14기부터 배석 판사인 변호사시험 2기 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표회의 관계자는 “법원장, 부장판사 같은 호칭을 다 떼고 판사라고 하면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격의 없이 토론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국 판사회의가 열린 것은 지난 2009년 신영철 전 대법관의 촛불 시위 재판 개입 사태 이후 8년 만이다. 당초 △대법원이 국제인권법연구회 사법개혁 논의를 방해했다는 의혹에 대한 조사의 적절성 △조사 결과에 따른 책임소재 규명 △사법행정권 남용 재발 방지 방안 △법관대표회의 상설화 등 4가지 안건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었지만, 첫 번째 안건에 관한 토론이 길어지면서 어느 선에서 이날 일정이 마무리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제인권법연구회는 지난 3월 학술대회를 통해 판사 500여명을 대상으로 대법원장의 권한 비대화에 따른 문제점 등을 설문한 결과를 발표했다. 미리 이 상황을 알고 있던 법원행정처는 사문화된 ‘중복가입 금지’ 내규를 들어 이 행사를 축소하려고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는 지난 4월 법원행정처가 주어진 권한을 일부 남용한 점이 있다고 결론냈지만, 이와 관련해 부당한 인사조치가 있었는지, 특정 성향의 판사를 관리한 명단의 존재여부에 관해서는 부정적 의견을 내놓았다. 이후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 등을 중심으로 조사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며 전국 법관 대표회의가 소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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