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에 부는 ‘지주사 전환’ 바람,속내는?

-제일약품, 제일파마홀딩스 체제의 지주사로 전환
-제약사 중 지주사 전환 기업 9개로 늘어나
-계열사 간 사업의 안정화와 지배 구조 강화 위해
-7월부터 지주사 성립 요건 강화에 ‘체제 전환 서두르자’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제약업계에 지주회사 전환 바람이 불고 있다. 지주회사는 계열사 간 사업분할을 통해 사업의 전문성과 함께 지배 구조가 단순해지는 장점이 있다. 오너 기업의 경우 가장 합리적인 경영권 승계의 도구로도 사용된다. 이런 장점 때문인지 최근 제약기업 중에는 지주사로의 체제 전환을 하는 제약사들이 늘고 있다.

▶제일약품 지주사 전환…보령 합류시 지주사 설립 제약사 두 자릿 수로=제약기업 중에는 지난 2002년 대웅제약이 업계 최초로 지주사를 설립했다. 이후 제약업계에서 지주사 전환은 2004년 ‘녹십자홀딩스’, 2007년 ‘JW홀딩스’ 가 설립되면서 뜨문뜨문 이뤄지다 2010년 이후 지주사로 전환하는 제약기업들이 늘어났다. 2010년 한미가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를 설립한 뒤 2013년 동아와 종근당이 각각 ‘동아쏘시오홀딩스’와 ‘종근당홀딩스’를 설립하더니 지난 해에는 ‘휴온스글로벌’과 ‘일동홀딩스’가 설립되며 지주사로 전환한 제약사는 8곳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최근 제일약품이 ‘제일파마홀딩스’라는 지주사를 설립하고 4개 사업으로 분할하면서 지주사 전환을 시행한 제약사는 9곳이 됐다. 여기에 실제적인 보령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보령홀딩스’까지 지주사를 선언하게 되면 지주사로 경영 체제를 바꾸는 제약사는 10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사진설명=최근 제약업계에 지주사 전환 바람이 불고 있다. (왼쪽부터) 일동제약, 제일약품, 보령제약]

▶7월부터 지주사 요건 강화…‘늦기 전에 막차타자’ =이처럼 최근 지주사 전환이 유행처럼 번지는 이유는 지주사 체제의 장점이 부각되면서다. 일반적으로 지주사 체제는 지주사를 중심으로 종속회사(자회사, 손자회사 등)들이 각각의 전문분야를 맡게 되면서 경영의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 사업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으면서도 신속하고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한 구조다.

가장 최근 지주사 전환을 이뤄낸 제일약품은 “지주사 체제 전환을 통해 경영효율성 및 투명성을 극대화해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기업의 지배구조를 확립하게 될 것”이라며 “제일약품은 설립 이후 58년만에 회사를 4개 법인으로 분리하며 제2의 도약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지주사 전환이 이뤄지는 또 하나의 이유는 오는 7월부터 지주사 설립 요건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지난 해 9월 발의돼 오는 7월부터 적용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지주사의 자산 기준 충족요건이 기존 1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또한 지주사가 되기 위해선 자회사의 제1대 주주가 돼야 하며 자회사의 지분도 20% 이상 보유해야 한다. 제일약품 관계자는 “7월부터 강화되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성립요건에 맞는 방안을 고려 중이며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2018년 말까지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최대한 노력해 내년 상반기 작업을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지주사, 경영 승계를 위한 ‘최고의 카드’? =제약업계에서 지주사 체제가 선호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합법적인 경영권 승계의 도구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제일파마홀딩스의 단독 대표로 선임된 한상철 부회장은 제일약품 창업주인 고 한원석 회장의 손자이며 한승수 회장의 장남이다. 한 부회장은 신설되는 제일약품의 총괄 부사장까지 겸직하며 실질적인 제일약품의 3세 경영을 알리는 셈이다. 지난 해 기업분할을 하고 최근 지주사 전환 요건을 충족한 일동홀딩스 역시 지주사 전환을 통해 경영권 승계를 위한 기반을 확보했다.

일동제약의 최대주주인 씨엠제이씨를 100% 보유한 윤원영 회장은 지난 2015년 지분의 90%를 장남인 윤웅섭 사장에 증여했다. 씨엠제이씨의 최대 주주가 된 윤 사장은 실질적인 일동홀딩스의 최대주주가 된 셈이다. 최근 지주사 전환 체제를 고민하고 있는 보령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 해 보령과 보령홀딩스로 분리한 보령제약의 지주사는 보령홀딩스인데 보령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주식의 45%를 갖고 있는 김은선 회장이며 김 회장의 장남인 김정균 상무가 25%를 갖고 있다. 김 상무는 백신사업을 하는 보령바이오파마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며 의료기기사업부인 보령컨슈머헬스케어의 지분도 100% 갖고 있다.

실제 앞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제약사들 역시 오너 기업들로 지주사 체제 전환을 통해 경영 승계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상위 제약사 대부분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반면 업계 1위임에도 지주사 전환에 대한 움직임이 전혀 없는 유한양행의 경우 전문경영인이 회사를 경영한다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때문에 이런 지주사 전환을 경영권 승계의 도구로 악용한다고 보는 곱지않은 시선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은 변화하는 기업 환경 속에 가장 효율적인 경영 체제로 평가받기에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오너 기업에게는 경영권 승계라는 쉽지 않은 숙제를 풀어내는 하나의 도구이기도 하다”며 “다만 지주사 체제가 단점보단 장점이 많은 제도이기에 기업에서 준비만 잘해 정착만 잘 시킨다면 제2의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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