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北인권실태 개탄했지만…與 몽니에 잠자는 ‘북한인권법’

- 인권재단 이사진 구성에 민주당 명단 제출 안 해
- 실태 조사 착수도 못해 침해 사례 축적 불가
- 신임 통일부 장관 신임 이후에도 이사진 구성 불투명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미국인 오토 웜비어의 사망에 문재인 대통령이 대변인을 통해 북한의 인도적 의무 이행 여부에 의문을 제기하며 북한의 인권 실태를 개탄했다. 북한 인권에 대한 문제제기에 신중했던 문 대통령과 여권의 입장을 감안하면 전향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정작 북한인권 실태를 조사하기 위한 법을 제정하고도 이를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여당이 법 시행을 놓고 시간을 끌고 있어 북한의 인권 실태 조사가 늦어지고 있다. 법이 제대로 시행됐으면 이번 사망 사태와 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3월3일 국회를 통과한 북한인권법에 따르면 이 법은 북한주민의 자유권적 기본권과 생존권적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제도와 장치를 마련해 북한주민의 실질적인 인권 보호와 증진을 이끌어내기 위함이라고 제정이유를 밝히고 있다.

주요 내용을 보면 북한인권증진 관련 정책에 관한 자문을 위해 통일부에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를 두며(5조), 통일부장관은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해 3년마다 북한인권증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국회에 보고하도록 했다(6조).

이와 함께 북한 인권 실태를 조사하고 남북 인권대화와 인도적 지원 등 북한인권증진과 관련된 연구와 정책개발을 위해 북한인권재단을 설립ㆍ운영하도록 했다(10~12조).

또 북한주민의 인권상황과 인권증진을 위한 자료와 정보의 수집ㆍ연구ㆍ보존ㆍ발간 등의 업무를 담당하기 위해 통일부에 북한인권기록센터를 설치한다(13조).

부칙에 따라 공포 후 6개월 이후 시행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현재까지 실질적인 인권 실태 조사를 하는 북한인권재단이 활동을 못하고 있다. 이는 이사진 구성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단에는 호선으로 선출하는 이사장 1명을 포함한 12명 이내의 이사를 둔다. 이사는 통일부장관이 추천한 인사 2명과 국회가 추천한 인사로 구성하는데, 국회가 이사를 추천할 때는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됐던 정당의 교섭단체와 그 외 교섭단체가 2분의 1씩 동수로 추천해 통일부장관이 임명한다.


법 통과 시점에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5명, 더불어민주당 4명, 국민의당 1명을 추천하도록 했으나 민주당이 4명을 추천하지 않아 8명만 제출되면서 이사 구성이 어렵게 됐다. 통일부는 태스크포스(TF)팀까지 만들며 설립준비를 마쳤지만, 이사진 구성이 안 되면서 설립 자체가 지금까지 지연되고 있다.

재단이 활동을 시작하면 비단 북한주민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웜비어 사태 등 북한에서 일어나는 모든 인권침해 사례를 모으고 기록하게 된다.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은 “북한 내 인권침해가 통일 이후 처벌받지 않을까 하는 압박으로 작용해 인권침해가 줄어들 것이라는 취지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북한인권법이 적용되고 실효성이 있다고 증명되면 웜비어 같은 사례는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아직도 북한인권법 핵심인 북한인권재단이 이사진 구성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북한 인권에 관심이 있는 것인지 진정성이 의심된다. 아직도 재단 설립을 못하는 이유를 민주당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신임 통일부 장관이 임명되면 재단 이사진 구성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법이 통과된 지 이미 1년을 훌쩍 넘었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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