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빠와 딸의 춤’ 행사는 진화 중…성별 고정관념 없앤다

-‘아빠’와 ‘딸’ 호칭 뺀 가족 전체 행사로 변화
-성 역할 고정관념 조장하지 않는 학교 행사 필요성 대두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미국에서 ‘아빠와 딸의 춤(Father-Daughter Dance)’ 행사가 다양한 가족 형태를 포용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보도했다.

‘아빠와 딸의 춤’은 매년 아버지날에 미국 곳곳에서 열리는 행사다. 아빠와 딸이 함께 춤추고 노는 동안 부녀 간에 유대감이 쌓인다고 여겨진다.

최근 미국 초등학교에선 아빠와 딸의 춤을 보다 넓은 의미로 해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고, ‘여성은 남성에게 에스코트 받는 존재’라는 성 역할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서다. 

워싱턴 D.C.에 있는 초등학교 행사에 참석해 댄스공연을 참관하는 미셸 오바마, [사진=게티 이미지]

엘 파소의 베니토 마티네즈 초등학교는 삼촌, 할아버지, 오빠, 친구 등 가족구성원을 자유롭게 동반할 수 있는 행사를 기획했다. 이름은 여전히 ‘아빠와 딸의 춤’ 행사지만, 파티장에는 ‘아빠’라는 단어 위에 ‘삼촌, 할아버지, 남자형제, 친구’도 참석할 수 있다고 적어뒀다. 아버지가 안 계시거나 행사일에 참석할 수 없는 학생들을 배려하기 위해서다.

새크라멘토의 크로커 리버사이드 초등학교에선 지난해 가을부터 아예 행사명에서 ‘아빠’와 ‘딸‘이란 단어를 뺐다. 대신 ‘패밀리 댄스(family dance)’라는 이름으로 행사를 개최한다. 덕분에 두 명의 엄마ㆍ두 명의 아빠로 구성된 동성부부 가정, 미혼모ㆍ미혼부 가정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동성 배우자를 둔 브랜디 블랙(44)은 “기존 ‘아빠와 딸의 춤’ 행사는 너무 시대에 뒤처졌다”고 말한다. 몇년 전 배우자와 함께 9세 딸 아이의 행사에 참석한 그녀는 “몇몇 구닥다리 아빠들이 거북해 하는 것을 느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학부형 톰 번스는 “지난 행사에서 딸 아이가 존 메이어의 ‘Daughters(딸들)’이란 곡이 반복하는 ‘소녀들은 누군가의 연인이 되었다가 장차 어머니가 되죠’라는 후렴구를 지루해하며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나 틀어줬으면 했다”고 밝혔다. 그는 “존중받는 게 뭔지는 아빠가 엄마를 어떻게 대하는지를 통해 배울 수 있다. 가짜 무도회를 통해서가 아니다”라고도 했다.

전문가들은 여성 청소년과 남성 청소년을 구분해 행사를 마련하는 것 자체가 성 고정관념을 강화한다며 성별 구분 없는 행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자유시민연합(ACLU)의 여성인권프로젝트 디렉터인 레노라 라피두스는 “학교에서 추진하는 행사가 ‘여학생’ 대상이라고 명시하는 경우, 대개 성역할 고정관념이 반영돼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신디 페이스 밀러 교수는 “어린 아이들은 집단에서 배제되는 데 민감하다. 또래집단에 소속돼 있다는 느낌이 중요하다”며 행사에 참여할 수 없는 학생들을 만들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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