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연의 외교탐구]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취임과 외교개혁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아프리카에서 아시아 국가라고 하면 보편적으로 알려진 곳이 중국 아니면 일본이다. 중국이나 일본은 아프리카 문제에 많은 관심을 보여줬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한국은 뭔가 경제적인 이익만 추구한다는 느낌이다.”

수단 출신의 유학생이 건넨 말이었다. 세계 경제 10위권이라는 입지가 무색할 정도로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이 짊어져온 ‘책임’의 무게는 가벼웠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비(非) 외무고시 출신의 첫 여성장관이라는 점에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유엔(국제연합ㆍUN)에서 군비통제ㆍ국제인권 등 국제규범 문제를 다뤄온 현장 중심의 다자외교 경력이 관심을 끌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의 외교적 폭은 국제사회에서의 그 위상과 달리 굉장히 좁은 편이다. 대한민국 외교는 북핵문제로 시작해 한미동맹으로 끝나거나 한미동맹으로 시작해 북핵문제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핵ㆍ미사일 위협이 엄중한 외교환경 때문이지만 기후변화, 테러 등 급박한 국제정세 속에서 제대로 외교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게 한국외교의 현실이다. 당장 한국의 국민총소득(GNI)대비 공적개발원조(ODA) 비율은 원조 선진국가들로 구성된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사건은 북핵 및 북한 인권문제 해결을 위해 다자외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줬다. 당시 북한이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등 동남아 무역국을 중심으로 심각한 테러를 저지른 것으로 추정됐지만, 미국조차 관련 사건에 적극 개입하지 못했다. 피살사건이 발생한 당사국인 말레이시아는 북한과 인질외교를 벌이다끝내 굴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윤병세 당시 외교장관은 독일 뮌헨안보회의와 유엔 인권이사회 및 제네바 군축회의 ‘고위급 회기’를 계기로 사건을 국제사회에서 공론시키는 데에 총력을 다했다.

강경화 장관은 국제사회의 이면을 속속들이 경험했다. 강 장관은 남수단 내전의 현장에서 각국의 유엔대표들을 설득했다.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우방국들이 가자지구 민가에 무자비한 공격을 가하는 이스라엘에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때, 우려를 나타내며 유엔인권이사회에서 가자공격 조사 결의안이 채택될 수 있도록 힘쓴 것도 강 장관이었다.

그런 점에서 강 장관은 북한 인권문제를 포함, 한국의 외교현안을 국제사회에서 공론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 외교 전문가는 “한번 쯤 국내정치의 틀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의 시각에서 강 장관의 행보를 바라봤으면 좋겠다”며 “한국 외교도 이제 다변화할 때가 되지 않았나”고 반문했다.

문제는 대한민국 국민이 한국 외교의 다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냐는 것이다. 당장 강 장관이 북핵문제, 한미동맹 등 주변 4강 외교에 직접적인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장관 자격이 없다는 비판이 야권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20일 강 장관의 방문을 보이콧해버렸다. 한국의 외교는 한반도 그리고 주변 4강에 국한된 업무가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외교부 혁신도, 한국외교의 다변화도 꿈에 불과하다. 외교개혁은 외교부 내부에서만 이뤄질 수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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