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턱없이 부족한 호스피스 병상, 대형병원 외면 탓 크다

호스피스 병동 및 병상 확충이 시급하다. 앞으로는 완화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말기 환자가 대폭 확대된다. 암 관리법에 따라 이제까지는 말기 암 환자만 해당됐지만 만성 간경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 말기환자까지 그 범위가 넓어진다. 8월부터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 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적용되는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받아 들일 호스피스 병상은 턱없이 부족하다. 지금도 호스피스 병동 입원하기가 로또 당첨에 비유될 정도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대형 병원들이 호스피스 병동 운영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말기 환자는 근원적인 회복 가능성이 없어 수 개월내 사망할 것이란 진단을 받은 경우를 말한다. 임종이 임박한 말기 환자와 그 가족이 겪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호스피스는 전문 의료진이 종교적, 심리적 전문가과 함께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의료 시스템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의료 체계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데 우리 현실은 부끄러울 정도로 척박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보건복지위 김승희 의원(자유한국당)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전국 상급 종합병원 43곳 가운데 16곳(5월말 현재)만 호스피스 병동과 병상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병상 기준으로 따지면 거의 없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빈약하다. 총 병상 4만176개 중 호스피스 병상은 217개로 0.5%에 불과하다. 이른바 ‘빅 5 병원’ 가운데 가톨릭 계열인 서울성모병원만 유일하게 운영하고 있다. 그나마 서울대병원이 곧 호스피스 병동을 연다고 하나 병상 수는 10개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러니 호스피스 병동 입원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환자가 입원환자 보다 더 많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웰 다잉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제도는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가 따라주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말기 암 환자의 호스피스 이용률은 13% 남짓으로 미국의 3분의 1수준이다. 대상 환자 범위가 확대되면 그나마도 10% 아래로 떨어질 판이다. 대형병원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병원 입장에서는 완화치료가 수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의료의 공공성 역시 대형병원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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