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달이 뭐길래①]“이게 다 너희 좋으라고”…‘장묘투어’에 낚인 부모님, 등골휘는 자녀들

-무료여행 가장한 장묘시설 ‘윤달마케팅’ 성행
-불리한 조건 계약 후 자녀에게 숨겨 피해 커져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내가 죽은 뒤에 깨끗하게 화장해서 좋은 절에 모시면 자손이 다 평안하다더라. 큰 돈이란 것 잘 알지만 나 하나 좋자고 계약한게 아니니 뭐라 하지 마라.”

대구 서구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안경수(53) 씨는 최근 어머니와 작은 말다툼을 벌였다. 80대 중반인 안 씨의 모친은 안 씨 남매와 한 마디 상의 없이 본인 사후에 모셔질 납골당을 500만원이란 거금을 들여 계약하고 왔기 때문이다. 얼마 전 어머니가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네 친구들과 함께 유명 사찰로 무료 여행을 다녀온다고 들었는데, 알고 보니 모 상조회사의 호객용 여행이었다. 안 씨의 어머니는 윤달을 맞아 납골당 계약을 하라는 상조회사의 호객행위에 넘어가 자녀들이 모아 드린 돈을 한 번에 다 쏟아부었던 것. 안 씨는 “추후 알아봤지만, 숨겨오시던 어머니가 뒤늦게 알려주는 바람에 위약금 없이 취소할 방법이 없었고, 어머니 역시 마음에 들어하는 상황에 우리 마음대로 조치할 수 없었다”며 “어려운 살림에 예상치도 못한 거액을 지출하게돼 허탈하다”고 말했다.


윤달은 원래 달력엔 없던 덤으로 얻은 날로 ‘하늘과 땅을 감시하는 신이 없는 달’이라 불경한 일을 해도 화를 면한다는 속설 때문에, 이 기간 수의를 장만하거나 묘를 이장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는 오는 24일부터 다음달 22일까지가 윤 5월이다.

돌아오는 윤달을 앞두고 수의제작, 상조가입, 묘자리 마련 등 많은 사람들이 평상시 하길 꺼려하는 장례와 관련된 일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가운데 윤달을 맞아 자녀들의 짐을 덜어줘야 하지 않냐며 노인들을 부추겨 불리한 조건으로 장묘 관련 서비스에 가입시키는 경우가 많아 우려를 낳고 있다.

21일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 동향’ 데이터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피해자의 구제 접수 현황을 살펴볼 때 지난 2014~2016년 3년간 고령소비자가 피해를 본 계약금액은 총 229억2100만원으로 피해접수 건당 평균금액은 343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대로 봤을 때 10만원 미만이 512건으로 가장 많았고 100만원대 367건, 10만원대 244건, 20만원대 213건 순으로 접수됐다.

해당 가격대 세부 품목으로 봤을 때 상조서비스는 10만원 미만(41건), 100만원대(111건)에서 모두 가장 많은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특히, 올해는 윤달이 있는 만큼 ‘세시풍속’ 등에 민감한 노년층들이 생필품 등을 나눠 주거나 마사지 기기 등을 무료 운영하며 환심을 산 뒤 거액의 상조서비스에 가입시키거나 납골당 등을 계약시키는 등의 ‘떳다방’식 수법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피해를 막고자 각종 대책도 마련되고 있다.

지난 2012년 방문판매법이 개정되면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떳다방도 ‘방문판매업자’로 규정해 다른 방판업자와 마찬가지로 14일의 소비자 청약철회 규정을 적용받게 됐다. 여기에 허위 및 기만적 판매행위를 할 경우 형사처벌하는 조항도 신설됐다. 특히, 상조 가입 및 납골당 계약 등은 계약서 작성 14일 이내에 취소해야 계약금 전액을 환불받을 수도 있으며, 이후엔 15%의 위약금을 물어야 하고 만약에 계약한 상조서비스 업체가 파산하게 되면 납입한 돈의 40%만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충동구매한 어르신들이 자식들에게 이 사실이 알려지면 핀잔을 받을 것을 두려워해 이야기를 하지 못하다가 청약기간을 넘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문제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윤달을 맞아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장례 관련 각종 영업이 성행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평소에도 부모님들과 많은 대화를 통해 관련 법령이나 주의사항 등을 주지시키고, 구매할 경우 곧바로 자녀들과 상의해 합리적으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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