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사고, 원전, 성과연봉제…폐지하려면 대안 내놔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내놓은 상징적 정책에 대한 찬반 논란으로 온 나라가 어수선하다. 당장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 폐지 움직임에 해당 학교들은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고리 원전 1호기 영구정지 기념식에서 ‘탈(脫) 원전’을 공식화하자 원자력 관련 학계와 업계의 반대도 거세다. 공공 개혁 차원에서 도입한 성과 연봉제는 결국 폐기 수순에 들어가게 돼 혼선만 가중되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 정책 기조가 달라지고 이에 따른 변화와 혼란도 어느 정도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학교 교육과 에너지 수급 방향, 공공개혁 등은 정권의 성격과 관계없이 긴 안목에서 수립되는 국가 기간정책들이다. 문제가 있다면 수정하고 보완하면서 점진적으로 개선해야지 무작정 없애는게 능사는 아니라는 얘기다. 특히 존폐 여부는 충분한 대안을 마련한 뒤 이를 토대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절차들은 생략하고 납득할만한 대안도 없이 정권초기의 의욕과 지지도만으로 밀어붙이다 보니 갈등과 혼란만 커지는 것이다.

자사고와 외고 폐지만 해도 그렇다. 이들 학교는 고교평준화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설립됐다. 물론 일부 학교가 설립 취지와 달리 거대한 입시학원이란 소리를 듣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렇다면 외고와 자사고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관리하고 감독하는 게 교육당국이 할 일이다. 이들 학교 폐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교육의 정상화다. 일반고의 교육 질을 높이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방안부터 고민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다.

탈원전 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원전이 없는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전력 생산의 30%를 담당하는 원전을 없애겠다면 그에 상응하는 전력 수급 로드맵을 내놓는 게 순서다. 그만큼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겠다고 하지만 구체성은 전혀 없는 상태다. 성과연봉제는 철밥통에 안주하는 공공기관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촉매제였다. 10개 중 7곳이 영업 적자를 내는데도 재직자 4명중 1명은 20년 이상 장기근속자인 곳이 공공기관이다. 민간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한데 이를 폐지하고 예전의 호봉제로 돌아간다면 공공개혁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전 정권이 추진했던 정책이라고 모두 뒤집는 것은 국가적 낭비다. 국가의 미래를 내다보고 우선 순위를 가려 차근차근 정책의 방향을 잡아가는 운영의 묘를 잘 살려 나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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