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공시 D-2, 노량진 르포] 경쟁률 86대1 서바이벌 게임…“밥 먹고 잠자는 시간도 아까워요”

-막판 공시생 몰려…강의실 300명 빽빽
-“0.1점차로 떨어질수도…조바심납니다”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조바심이 나요. 매해 1점이나 0.1점 차이로 떨어지는 사람이 있는데, 그게 제가 될 수도 있잖아요”

지난 21일 오후 12시 30분께 서울 동작구 노량진에서 만난 송모(30ㆍ여) 씨는 부르튼 엄지손가락을 초조하게 물어뜯으며 말했다. 이미 공무원 시험에서 세 번 낙방했다는 송 씨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비장하게 말했다.

22일 오후 12시 30분께. 서울 동작구 노량진 인근 식당가. 점심 무렵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밥을 먹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 [사진=박로명 기자/dodo@heraldcorp.com]

송 씨는 “이번에는 시험을 꼭 끝내려고 노량진까지 올라와서 고시원에 있는데 확실히 혼자 공부할 때보다 긴장이 된다”며 “시험 직전에는 수업을 듣기보다 혼자 정리하고 암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 씨는 “밥보다는 잠”이라며 점심시간을 이용해 쪽잠을 자기 위해 고시원으로 발걸음을 서둘렀다.

오는 24일 치러지는 2017년도 서울시 7ㆍ9급 공채시험을 불과 삼일 앞둔 21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공시생들(공무원 준비생)은 분주해보였다. 점심 무렵 노량진 인근 공무원 학원에서 학생들이 쏟아져 나왔다. 단체로 맞춘 듯 체육복 차림에 투박한 슬리퍼를 신은 공시생들은 ‘고시 식당’에 길게 줄을 늘어섰다. 

점심을 핫도그로 때우기 위해 줄을 선 학생들. 기다리는 중에도 틈틈이 노트를 보며 공부를 하고있다. [사진=박로명 기자]

식사시간을 아끼기 위해 아예 컵밥, 편의점 도시락, 핫도그, 분식으로 허겁지겁 떼우는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면서도 1분 1초가 아까운 듯 노트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학생들의 모습에서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식사를 마친 공시생들을 따라 대형 공무원시험 전문학원에 들어가보니 복도에 놓인 책상에 앉아 묵묵히 공부하는 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복도에서 전화통화를 하거나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이 많아 제법 어수선한데도,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로 차분하게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노량진의 한 공무원 입시학원 복도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 [사진=박로명 기자/dodo@heraldcorp.com]

“이어폰으로 뭘 듣고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학생은 “인터넷 강의를 mp3버전으로 듣고 있다”고 무뚝뚝하게 대답하고는, 다시 공부에 집중했다. 강의 시작 20여분 전인데도, 대형 강의실은 200~300명의 학생들이 빽빽이 들어차 콩나물시루를 연상케 했다.

2년째 일반행정직 시험을 준비하는 강모(27) 씨는 “이번 경쟁률을 확인하고 엄청 초조해졌다”며 “막판 요점 정리가 중요해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24일 치러지는 서울시 공무원시험에는 1613명 선발에 13만9490명이 몰려 평균 86.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노량진의 한 공무원 입시학원 대형 강의실. 수업 시작 20분 전인데도 강의실이 꽉 차있다. [사진=박로명 기자/dodo@heraldcorp.com]

절박하기는 공시 초시생인 조모(25ㆍ여) 씨도 마찬가지였다. 사기업을 다니다 지난 3월에 공무원 시험에 뛰어든 조 씨는 “박봉에다, 저녁이 없고, 미래도 없는 삶에 지쳐 사표를 썼다”며 “목표는 출입국관리직인데 국가직과 일반행정직 과목이 겹치는 만큼 이번 시험도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한 종합반 강의실에 300~400명이 있는데, 학원 강사들은 주위에 있는 50명 중 1명만 합격한다고 말한다”며 “심지어 이번에는 86대 1인데, 강의실에 있는 사람들 중에 5등 안에는 들어야 승산이 있을 것 같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지난해 공무원 시험에 30만5000여명이 응시했지만, 합격자는 5372명, 합격률은 1.8%에 불과하다. 고시낭인을 양산할 수밖에 없는 낮은 합격률에도 수십만 공시생들은 오늘도 합격의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올해도 응시자 중 대부부분은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또 다시 좁고 어두운 고시원 방에서 다시 훗날을 기약해야한다. 젊음을 저당잡힌 ‘공시생’들의 힘겨운 싸움은 좀처럼 끝나지 않는다.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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