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모른다더니’ 정유라 송환거부 치밀하게 준비 정황

-열악한 국내 수감시설ㆍ특검 편파수사 자료 지인에 요청
-구속영장 잇단 기각에도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 주장 여전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정유라(21) 씨가 덴마크 구치소에서 한국에 들어오지 않기 위해 다각도로 준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두 차례 구속을 피한 정 씨가 실제로는 한국에서 수사를 받지 않기 위해 치밀하게 대비한 정황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법원 등에 따르면 정씨는 덴마크 구치소에서 한국 내 변호인, 독일 생활 조력자로 알려진 데이비드 윤씨 등에게 편지를 보내 국내 송환 거부 소송에 필요한 자료를 모아달라고 요구했다.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는 정유라.

올 1월 1일 덴마크 경찰에 체포된 뒤 올보르구치소에 구금된 정씨는 한국 송환을 거부하기 위해 적극 대비했다. 2월엔 국내 변호인에게 편지를 보내 “한국 감옥의 열악한 인권에 대한 자료를 보내 달라. 덴마크에서는 중요하다”고 요청했다.

편지에는 ‘이름이 아닌 번호로 불린다, 정해진 죄수복을 입는다, 한방에 너무 많은 사람이 있다, 방 안에 화장실이 있다, 뜨거운 물이 항상 나오지 않는다, 빨래는 직접 손으로 해야 한다, 방 안에서 빨래를 말린다’ 등 상당히 자세한 정보가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씨는 국내 다른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도 ‘한국 감옥의 열악함’, ‘한국 강압수사 등 문제가 된 자료 모두’ 등을 요청하기도 했다. 덴마크의 구치소는 국내 수용시설보다 생활면에서 훨씬 자유롭고 인권 기준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 상황을 문제 삼아 한국 송환을 거부하려 했다는 정황이라는 게 검찰측의 판단이다.

모두 어머니가 시킨 일이라고 주장하는 정씨는 국내 정치상황이나 최순실 국정농단 재판의 쟁점, 검찰 수사 대비책 등에 대해 상당히 깊게 파악하고 있다는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정씨는 최씨의 비서 안모 씨 등에게 보낸 편지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편파수사를 한다고 주장해야 한다”며 “특검이 야당 성향을 가졌다는 아주 작은 보도라도 모아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그런 보도는 특검의 목적이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탄핵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혀야 한다. ‘무죄추정 원칙’을 벗어난 수사라고 해야 하기 위해서”라며 일반인이 쓰지 않는 법률용어도 자연스럽게 구사했다.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는 정유라.

검찰은 정씨의 구속영장심사에서 “대선 전까지 제3국 시민권을 획득해야 한다”, “보안을 위해 보는 즉시 라이터로 태워버린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정씨의 자필 편지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이런 맥락에서 정씨가 최순실씨가 시킨 일을 단순히 따르는 존재가 아니라 적극 가담한 공범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전모를 알고 있고, 외환관리 등에서 직접 가담까지 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입증하기 위해 “정유라 씨가 돈 문제 등 전후사정을 다 알고 있었다”는 고영태 씨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정씨는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20일 밤 두 번째 구속영장 기각된 후 한국에서 수사를 받지 않기 위해 준비한 이유를 묻는 기자들에게 “(현지)변호사가 정보를 알아야 변론을 할 수 있다고 말해, 변호인이 하는 말을 제가 받아 적고, 그것을 한국 측에 보내서 정보를 좀 달라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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