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못낳면 이혼”…드라마 속 ‘막장 성차별’ 심각

-양평원 ‘드라마 속 양성평등 모니터링’ 결과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1. “대신 식구들 식사 부탁한다. 안주인 되려면 식구들 끼니는 챙겨야지. 분만 뽀얗게 바르고 입술만 빨갛게 칠하고 있으면 되는줄 아니.”

#2. “OO가 대를 못 이으니 이혼시켜야겠어요.”

국내 TV 드라마 프로그램에서 성역할 고정관념을 조장하고 출산의 도구로 여성을 표현하는 등 성차별적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드라마 속에 여성은 갈등을 유발하는 모습은 많았지만 갈등을 해결하는 경우는 적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22일 ‘2017 대중매체 양성평등 모니터링’ 사업의 일환으로 TV 드라마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모니터링은 지난달 1~7일 방영된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 1사, 케이블채널 1사의 드라마 프로그램 가운데 시청률 상위의 총 22개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전체 등장인물 가운데 여성비율은 46.8%(222명), 남성(53.2%, 252명)과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주연 역할 성비는 여성이 55.6%(30명), 남성(44.4% 24명)보다 높았다. 특히 ‘완벽한 아내’, ‘추리의 여왕’, ‘언니는 살아있다’, ‘사임당 빛의 일기’ 등 제목에서 보여지 듯 최근 여성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드라마가 많았다.

주요 등장인물의 직업군은 대부분 여성이 평직원, 남성이 중간관리자나 대표로 그려졌다. 갈등유발자는 여성 20명(54.1%), 남성이 17명(45.9%)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갈등해결자는 남성(14명, 60.9%)이 여성(9명, 39.1%)보다 훨씬 많았다.


이번 모니터링 결과 드라마 프로그램의 성차별적 내용은 19건으로, 성평등적 내용(9건)의 2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지상파의 A 프로그램에서 예비 시어머니가 경제 활동을 하고 있는 예비 며느리에게 가사노동을 강요하며 가정을 위해 희생하라고 말하는 모습이 방송되며 성역할 고정관념을 담았다.

케이블채널의 B 드라마에서는 과일을 깎으려는 남성에게 “남자가 과일을 깎으면 당도가 반으로 줄어든다는 연구결과 모르냐?”라는 남성 출연자의 대사가 있었다. 양평원은 “이는 시청자에게 ‘과일은 여성이 깎아야 한다’는 성역할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장면이다”고 설명했다.

지상파의 C 드라마에서는 며느리가 아이를 못 낳는다는 이유로 시어머니가 사돈을 만나서 이혼을 종용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민무숙 양평원장은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감정이입과 극적인 전개를 위해 극단적인 표현이 사용되는 사례가 많다”며, “성역할 고정관념을 확대·재생산하는 드라마 연출은 지양하고 대안적 성역할을 제시하는 제작진의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평원은 이번 모니터링에서 발견된 성차별적인 사례 일부에 대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개선 요청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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