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천만’ 버스ㆍ택시기사 운행중 폭행, 가중처벌에도 ‘증가세’

-최근 3년간 운전자폭행 연평균 3738건
-80%가 집유·벌금형 등 ‘솜방망이’ 처벌

[헤럴드경제=이유정 기자]택시기사 전모 씨는 지난해 2월 뒷자석에 탄 손님 김모(54) 씨에게 폭행을 당했다. 가는 길을 잘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김 씨는 술에 취한채 욕설을 하며, 네비게이션을 작동하려는 전 씨의 뒤통수를 수차례 때렸다. 다짜고짜 핸들을 잡아 돌려 아찔한 상황도 연출됐다. 운행 중인 운전기사를 폭행한 김 씨에게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의 운전자폭행 혐의가 적용됐다. 그러나 법원은 벌금형을 선고하는데 그쳤다. 이달 1일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도 법원은 김 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운전자 폭행을 가중처벌하는 특가법이 시행된 지 만 10년이 지났지만 실효성은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밤길에 운행 중인 택시[사진=헤럴드경제DB]

지난 2007년 국회는 운행 중인 운전자를 폭행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특가법을 시행했다. 자칫 교통사고로 이어져 다른 시민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는 운전자 폭행을 가중처벌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버스·택시 등 공공운송기사를 폭행해 입건된 수는 별로 줄어들지 않았고, 가중처벌되는 경우도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검찰청 통계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운전자 폭행 입건수는 총 1만1214건으로 연평균 3738건에 달했다. 2014년 3684에서 2015년 3730건으로 늘더니, 지난해 총 3800건이 입건돼 2010년(3926건)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가법 시행 직후인 2008년 4123건, 2009년 4464건에 비해 줄어들긴 했지만 미미했고 최근엔 오히려 증가세다.

대중이 이용하는 버스기사를 폭행해도 여전히 처벌 수위는 낮은 편이라는게 법조계 인식이다.

지난해 5월 울산에서 운전 중인 버스기사를 폭행한 A(74)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자신이 내릴 정류장을 지나쳤다며 격분해 요금통을 발로 차고 운전기사의 얼굴을 때렸다. 이 바람에 버스가 고가도로의 옹벽을 들이받았고 운전기사는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다.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순간이었지만 A씨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는데 그쳤다.

특가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실제 적용되는 사례는 많지 않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 2015년 특가법으로 재판에 넘겨진 814건의 운전자 폭행 중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88건(10.8%)에 그쳤다. 대부분 집행유예(420건ㆍ51%)나 벌금형(231건ㆍ28.3%)을 선고받았다.

21일 오후 서울 시내 버스에 붙어있는 운전자 폭행 금지 스티커[사진=이유정 기자]

운전자 폭행에 대한 처벌 수위가 여전히 낮은 건 특가법 적용 범위가 ‘운행 중’인 차량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운행 중이 아닌 정차 등 상태에서 운전자를 폭행한 경우 형법상 단순 폭행에 해당한다. 반의사불벌죄인 폭행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도 없다. 다만, 지난 2015년 개정된 법률은 ‘운전자가 여객의 승·하차 등을 위해 일시 정차한 경우’도 운행 중인 경우로 포함해 법 적용이 보다 엄격해 지긴 했다.

결국 특가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여러 사람의 생명을 담보하는 운전기사 폭행은 일반 폭행과 달리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다”며 “공공의 위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음 만큼 피해자와 합의에 관계없이 처벌을 강화해야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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