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범 체포 논란] 잘못 체포했다가 국가 상대 소송도

-현행범 체포 뒤 무죄→국가에 손배 청구
-광우병 시위참가자 국가로부터 200만원 배상 판결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수사기관의 위법한 체포는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현행범으로 체포돼 재판에 넘겨졌다가 법원의 무죄 선고를 받은 이들은 정신적 고통 등을 호소하며 국가배상 소송을 청구하고 있다.

박모 씨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집회에 참가했다가 일반교통방해와 집시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박 씨는 경찰의 체포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여경을 폭행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박 씨가 체포 당시 도로를 점거하지 않았고, 현행범으로 체포할 만큼 주거가 불명확한 것도 아니었다며 경찰의 현행범 체포가 잘못됐다고 보고 박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8년 간의 법정 공방 끝에 박 씨는 지난해 10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박 씨는 곧바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해 이달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7단독 한소희 판사는 박 씨 등 14명이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가 참가자들에게 각 200만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한 판사는 박 씨가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것을 바탕으로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한 판사는 “경찰은 현행범 체포의 요건을 갖추지 않고 박 씨 등을 체포해 신체의 자유를 위법하게 침해했다”며 “적법절차에 의한 수사를 근본 원칙으로 하는 국가기관이 현행범 체포의 요건을 지키지 않은 것은 중대한 위법행위”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경찰관 개인의 배상 책임까지 인정하는 경우는 비교적 적다.

현행범 체포 과정에서 경찰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무죄를 선고받은 이모 씨는 지난해 10월 경찰관 3명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380만원을 지급하라”라는 판결을 받으며 일부 승소했다.

경찰관들이 체포 과정에서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은 점 등이 국가 배상 책임의 주요 이유였다.

그러나 법원은 개별 경찰관의 배상 책임까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경찰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잘못된 판단으로 현행범 체포 요건이 충족됐다고 섣불리 단정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경과실에 그쳐 불법행위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판례는 공무원 개인이 고의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위법한 직무집행을 했을 경우 배상 책임을 지지만 가벼운 과실인 경우엔 공무원 개인은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명시해 그 책임을 제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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