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미 경제인단, 대통령과 재계 소통의 계기 만들길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수행할 경제인단이 확정됐다. 주관 단체 선정에서 대기업의 참가 여부 논란, 행사일 결정까지 이번처럼 곡절이 많은 수행단도 드물다. 정상 회담을 고작 일주일여 앞두고 모든 게 확정됐을 정도다. 하지만 서두른 것 치고는 구색을 갖췄고 의미있는 변화도 적지않다. 다행한 일이다.

이번 경제인단은 그동안 정부가 기업 모집부터 선정까지 대부분 과정을 주도한 것과 달리 민간(대한상의)이 담당했다. 최종 명단 발표 직전 청와대의 요청으로 변경된 기업인도 여럿이지만 사익을 위한 것이 아니니 민간 주도라는 명분에 크게 어긋날 정도는 아니다. 나라를 대표해 파견된다는 뜻으로 관주도 냄새가 풀풀나던 사절단이란 명칭 대신 경제인단으로 바꿨다. 대통령과의 만남도 과거처럼 정부 행사의 ‘들러리’가 아니라 이번엔 한미 상의주최의 경제행사인 ‘한미 비즈니스 서밋’에 문 대통령을 공동 초대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한때 236명(2015년 5월 이란 방문)까지 늘어났던 수행 기업인 규모도 52명으로 줄었다. 대기업 10명, 중견기업 14명, 중소기업 23명, 공기업 2명 등 중소ㆍ중견기업이 3분의 2를 넘었다.

재계 총수급이 대거 포함된 것은 정경유착에 대한 우려보다 실리의 중요성이 반영된 결과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준 LG그룹 부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 등이 비행기에 오른다. 한때 대기업의 참가를 배제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지만 미국 경제인들과 주요 현안을 긴밀하게 협의하려면 의사결정권 있는 총수들의 동행이 필요하다는 점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곡절이 많았던 경제인단이지만 역할과 소임은 그 어느때보다 크다. 미국의 통상 압력은 갈수록 거세지는 상황에서 사드 배치 문제로 한미 동맹관계마저 갈등 국면이다. 이번 방미경제인단의 대기업들은 수십조원에 달하는 추가 투자 계획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꺼내놓는 보따리는 양국간 갈등 국면의 전환점을 찾아야 할 새 정부의 대미 경제외교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의 외교에서 국익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무엇보다 이번 방미 경제인단은 재벌개혁, 비정규직 문제 등으로 대립각이 불가피한 정부와 재계간 긴장감을 완화시키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간담회와 주요 행사를 통해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소통하는데 이보다 좋은 기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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