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듀2’가 뭐길래⑨]‘프로듀스101’, 변화하는 아이돌 팬덤 성격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Mnet ‘프로듀스101’은 새로운 팬덤을 만들어냈다. 새로운 아이돌 팬덤은 지난해 국민 걸그룹을 탄생시킨 시즌1에서도 나왔지만, 보이그룹을 뽑는 시즌2만큼 첨예하게 나타나지는 않았다.

시즌2에서는 시즌1에 비해 자신이 지지하는 참가자에 대한 응원이 보다 철저하고 노골적이며, 집요하게 이뤄졌다. 이를 두고 강명석 평론가는 “‘프로듀스101’ 팬덤 구심점이 팀이 아닌 팬 각자의 ‘원픽’ 멤버 중심이 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새롭게 나타난 아이돌 팬덤은 한국 대중문화와 음악, 스타를 소비하는 중요한 흐름의 하나로 자리잡아 갈 것이다. 이 트렌드는 음악시장의 성격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가고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내 아이돌 팬덤은 ‘응답하라1997’ 등에서 HOT 토니안의 팬으로 안승부인으로 불렸던 성시원(정은지)이라는 ‘빠순이’에서 시작해 빅뱅, 엑소, 방탄소년단의 아이돌 팬덤 문화까지 다양하게 발전해왔다.


새로운 팬덤은 기획사에서 만들어져 나오는 아이돌을 좋아하는 문화와는 확연히 다르다. 기존의 아이돌은 기획사에서 선발, 트레이닝, 데뷔, 활동한다. 팬덤이 개입할 여지가 적다. 팬카페에 기획사 사장에게 불만을 표출하기도 하지만, 적극성에도 한계가 있다.

아무래도 멤버를 팬들이 직접 뽑아 아이돌그룹을 탄생시키는 ‘프듀’는 기존 아이돌 팬덤과 다를 수밖에 없다. ‘프듀’ 팬덤은 자신이 지지하는 멤버(‘고정픽’이라고 부른다)가 돋보이게 하기 위해 매의 눈으로 지켜본다.


‘프듀’를 보면 콘셉트 평가무대 등을 준비하면서 센터를 정하고, 메인보컬을 누가 할 건지를 각 조에서 결정한다. 약간의 의견 충돌도 생긴다. 이런 준비 과정을 무려 1시간 넘게 보여준다. ‘고정픽(pick)’이 없는 사람은 지루해서 못보지만, 자신이 지지하는 참가자가 혹시 분량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지를 봐야하므로 오히려 그 긴 시간이 오히려 긴장되고 재미있다.

그러니까 ‘프듀2’는 종료했지만 팬덤은 이제부터 본격 시작된 것이다. 자신이 지지하는 참가자가 ‘워너원’에 포함돼 있다면, 팬들이 이 팀 활동 일정과 자신의 고정픽 활약상에 귀를 기울인다. ‘워너원’에 포함되지 못한 참가자도 데뷔하고 활동할 때까지 팬덤이 깊숙히 개입한다. 가령, 정세운의 고정픽들은 정세운이 솔로건, 그룹이건 데뷔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울 것이다. 그 전에도 활동 좀 많이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소속사에 요청한다.

새롭게 나타난 팬덤은 자신의 ‘어빠’(어린 오빠)가 좀 더 돋보여야 하기 때문에 순위결정과정에서 견제픽, 질투픽, 복수픽 등 각종 ‘픽’을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그만큼 참가자에 대한 열정과 몰입도가 강하다.

이들 팬들은 자신의 고정픽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 준비가 돼있다. 음원시장은 물론이고 CD, 굿즈시장에서 돈 쓸 준비가 돼있다. 이들에게는 꽃길, 쌀길을 걷게 해주고 이들의 기사를 좋게 써주는 기자에게는 높는 조회수길을 걷게해주겠단다. “제 용돈을 ooo에게 바칠 생각”이라는 댓글이 유난히 많다. 김종현을 위해 플레디스 건물을 세워줄 태세다.

‘맘’이나 ‘엠’(M)으로 불리는 엄마팬의 ‘모성애 팬덤’ ‘양육자 팬덤’도 대거 유입돼, 큰 역할을 맡고 있다. 박지훈 생일축하 지하철, 버스광고에서는 아무래도 맘팬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프듀’ 팬덤과 가장 유사한 형태는 일본 초대형 걸그룹 AKB48 팬문화에서 볼 수 있다. 상품화, 품평화, 계급화 등에서 노골적인 게 우리 정서와는 안맞는 부분이 있지만, 상당 부분 유사한 지점이 있다.

AKB48는 1년에 한번 멤버들을 상대로 인기투표를 실시한다. 이 순위에 따라 멤버들의 활동여부가 결정되므로 팬들은 난리가 난다. ‘AKB48 총선거’로 불리는 이 행사는 국무총리와 국회의원 선거와 함께 일본의 3대 선거(?)로 불린다.

투표권은 이들의 CD를 사면 1개가 들어있다. CD를 여러장 구입하면 복수 투표를 할 수 있다. 무려 우리 돈으로 1천만원이상의 CD를 산 사람도 있다. 물론 순수하게 음악을 듣기 위해 구입한 CD는 아니다. 최근 AKB48가 내놓은 싱글 ‘소원을 간직할 뿐’은 발매 첫주 1610만장 판매를 돌파했다.

이 제도는 ‘프듀’의 1인 다(多)픽 제도와 상통한다. 말하자면 주식 보유액만큼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주주개념이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뽑는 민주주의의 1인1표 투표 개념이 아니다.

‘프로듀스101’ 팬덤은 과열 양상을 빚기도 하지만 팬들은 아이돌의 미완성을 완성으로 만들어나가는 과정의 재미를 쏠쏠하게 느끼는 것 같다. 이제 이 팬덤에 대한 연구를 본격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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