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론에 침묵하던 外高… “결사반대” 단체행동 움직임

31개교 교장단 모임갖고 성명
학부모·학생들 불만 쏟아지자
“더 있다간 실기” 목소리 높여

그동안 문재인 정부와 서울ㆍ경기 등 다수 시도교육감의 외고ㆍ자사고 폐지 정책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취해오던 외국어고등학교가 태도를 전환해 선명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향후 추가 공동행동에도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하고 나섰다.

전국 31개 외고 교장단으로 구성된 ‘전국 외국어고등학교 교장협의회’는 지난 22일 오후 서울역에 모여 외고 폐지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 모인 전국 20여개 외고 교장들은 회의 직후 곧장 ‘외국어고 폐지 정책 전면 중단해야 한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지난 30여 년 간 외고가 기여한 순기능과 자정노력, 그리고 현실적인 교육환경 변화를 보지 못한 채 과거의 일면을 침소봉대하는 단견”이라며 “현재 긍정적이고 발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외고에 대한 여론몰이식 폐지 정책은 즉시 중지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협의회는 “외고는 2010년 이후 자체선발고사 폐지, 정원 40% 감축, 정원의 20% 사회통합전형 선발, 지역 단위 선발 등으로 선발 방식을 개선해 부작용을 해소했고, 어학 관련 진로적성이 높은 여학생 인원이 약 75%에 이르는 등 설립 취지에 맞는 선발과 진학지도가 이미 정착됐다”며 “작금의 외고 폐지 정책에 대한 논의가 정치적 포퓰리즘이 되지 않기를 강력하게 희망하며, 교육수요자들에게 또 다른 고통을 부과하는 개혁을 반복해선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격앙된 모습으로 공동행동에 나선 자사고와 달리, 상대적으로 차분한 모습을 보여왔던 그동안의 외고 입장과는 사뭇 달라진 것이다.

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최진관 부일외고 교장은 “이번 상황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전국 외고 교장들이 한 자리에 처음 모이는 만큼 의견을 나누고 대응책을 고심하는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즉각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행동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며 “사안의 심각성은 모두 공감하고 있는 만큼 회의 종료 즉시 성명을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A 외고 관계자는 “자사고 교장들과 학부모들의 대처와 달리 한가롭게 관망하고 있는 것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 등 내부 구성원들의 불만이 많았다”며 “더 이상 기다려 실기(失期)해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여기에 서울외고의 재지정 여부가 달려 있는 서울특별시교육청의 성과평과 결과 발표가 28일로 다가옴에 따라 외고들의 폐지 반대 입장을 단호하게 교육당국에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 외고측의 설명이다.

외고 교장단은 이날 협의회 이후 각 학교로 돌아가 협의회 결정 사항 및 성명서에 대해 내부 구성원들에게 설명하고 효과적인 단체행동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해 중론을 모을 예정이다.

학교측의 공식 입장이 나온만큼 그동안 수면위로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던 학부모와 학생 등 구성원들도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16일 서울시내 6개 외고 교장단이 외고 폐지에 결사 반대한다는 공통된 입장을 확인한 후 각 학교별로는 학생, 학부모, 교사 등이 참가하는 폐지 반대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다. 송수민 자사고학부모연합회 회장은 “학교 및 학교장들의 입장 표명이 없는 상황에서 (외고) 학부모들이 먼저 행동에 나서기에 부담스러워했던 것”이라며 “내부적으론 서명운동에 나서는 등 공동행동을 위한 준비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신동윤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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