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30 총파업] 1987년엔 “저임금 해결”, 2017년엔 “비정규직 해결”

- 정치적 격변 이후 노동계 요구 봇물 닮아
- 노동 시장 이중구조 등 노동환경 변화
- 민주노총 “미조직ㆍ비정규직과 연대”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노동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촛불집회 등 정치적 격변 이후 노동계의 요구가 거세진다는 점에서 1987년 6월항쟁 이후 여름의 노동자 대투쟁과 유사하다. 다만 각각의 노동계 현실을 반영한 듯 요구하는 내용은 달라졌다.

지난 20~21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 조합원들은 1박 2일 노숙투쟁을 벌였다. 약 6000여명의 조합원들은 21일 오전 8시 경 세종로 소공원에서 출발해 안국역과 종각역을 거처 내자로터리로 약 2.8㎞를 행진했다. 이들은 ‘불법하청 근절’과 ‘내국인 고용’, ‘근로기준법 준수’ 등을 요구했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 중심 경제개혁을 압박하기 위해 오는 30일 사회적 총파업을 예고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1987년 노동자대투쟁과 유사하지만 노동시장 이중구조 등 노동 환경 변화로 요구의 내용은 달라졌다. 21일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사회적 총파업 출정식 [사진제공=연합뉴스]

건설노조의 행진은 이후 이어질 노동계 움직임의 첫 신호탄이다. 민주노총은 24일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과 함께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6000여명 규모의 사드 반대집회를 연다. 같은 날 철도노조 역시 정비 업무 외주화 반대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정부 출범 초기 대규모 집회를 이어가는 노동계는 문재인 정부에게 노동 관련 공약을 지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30일 오후 3시에는 노동계 뿐 아니라 농민과 학생 등도 참여하는 수만명 규모의 ‘사회적 총파업’이 예고돼 있다. 경찰은 최대 4만명이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21일 민주노총은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최저임금 만원 비정규직 철폐 만원공동행동’과 함께 6ㆍ30 사회적 총파업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촛불 수혜를 가장 많이 본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며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철폐해야 촛불 혁명 정신을 올곧게 계승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수감 중인 한상균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는 노동이 존중받고 노동자가 행복한 나라를 핵심 국정기조로 선정하고 후속조치를 약속했다”며 “정경유착의 공범 재벌, 개혁의 대상 권력기관과 기득권 집단이 코너에 몰려 있는 지금이야 말로 칭기스칸의 속도전으로 개혁을 밀어붙일 적기인데 주춤하고 있어 우려도 있다”며 노동계가 문재인 정부를 압박해 노동 개혁 과제를 통과시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이번 사회적 총파업에 대해 ”새정부의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니라 광장의 촛불을 이어받은 내삶을 바꾸는 투쟁이자 문재인 정부의 개혁 추진을 위한 강력한 동력“이라며 정부와의 대립각은 부인했다.

정치적 격변 이후 노동계의 요구가 터져나온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1987년 6월 항쟁으로 직선제 개헌이 확정된 이후 7~9월 간 3241건의 노동쟁의가 벌어져 ‘노동자대투쟁’으로 확대된 바 있다. 이는 1980년 서울의 봄을 전후해 벌어진 노동쟁의와 비교해도 6배가 넘는 수치였다. 이같은 움직임은 노동자들의 대규모 조직화로 이어졌다. 1987년 6월 당시 90만6000여명이었던 한국노총은 12월 말 117만명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30년 사이 노동계의 환경은 급변했다. 1989년 19.8%로 정점을 찍었던 노조 조직률은 2015년 10.2%로 급전직하했다. 300인 이상 사업장의 노조 조직률은 62.9%인데 반해 30인 미만 사업체의 조직률은 0.1%로 미미하다. 법적인 보호가 더 절실한 비정규직 노조 조직률은 2.8%에 불과하다.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으로 나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된 것이다.

이에 노동계의 요구사항도 변했다. 1987년 ’산별노조 중심 단체협약‘, ‘저임금 해결’ 등을 외치던 이들은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 해결’, ‘근로시간 단축’을 요구하고 있다. 사회적 총파업 역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공공비정규직노조 등 비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한 위원장 역시 “문제는 우리 내부에 있다”며 “(비정규직과의) 연대를 게을리 한 지난 시간을 반성하고 18000만 미조직ㆍ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꼐하는 대장정을 다짐했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이후 공무원과 교직원을 포함한 모든 직종에 노동3권을 보장하는 세계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을 촉구하고 노동법의 전면 개정을 위한 총파업 총력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이어서 향후 재계와 갈등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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