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탐색]갈수록 커지는 무임승차 손실액…“돈 안 내고 생색만 내는 정부”

-작년 손실추정액 5378억…전체 운영적자 70%
-“중앙정부 책임” vs “운영 주체가 부담” 팽팽
-지자체 “새 정부 입장 확인 후 헌법소원 결정”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지자체들이 급증하는 지하철 무임승차로 인한 적자를 보전해달라고 새 정부에 건의하면서 수십년째 해묵은 책임 공방이 다시 불거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부산,대구,광주 등 6개 특별ㆍ광역시로 구성된 전국도시철도운영 지자체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지난 21일 지하철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을 보전해달라는 요청을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보냈다고 밝혔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무임승차 책임 공방은 20년 넘게 해결되지 않고 있는 난제다. 지난 1984년 전두환 전 대통령 지시로 도입된 무임승차는 애초 65세 이상 승객을 대상으로만 시행됐다. 그러나 이후 장애인, 국가유공자, 독립유공자까지 무임승차 대상에 포함되면서 무임승차 손실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는 것이 지자체의 하소연이다.

[사진=헤럴드경제 DB]

한국도시철도학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7개 도시철도의 노인 무임승차 손실만 5378억원으로 전체 운영적자의 70%를 넘어섰다. 인구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65세 이상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은 2040년에 연간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무임승차 손실액이 커지면서 지자체들은 중앙정부가 이를 부담해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지자체들은 “대통령 지시로 도입된 정책이자 국가의 보편적인 복지정책인만큼 도입 주체인 정부가 손실을 부담해야한다“고 한목소리로 요구해왔다.

또한 국가공기업인 코레일의 무임승차 손실액만 보전해주도록 하는 철도산업기본법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해왔다. 코레일의 경우 철도산업기본법에 따라 손실액의 70%를 보전받고 있다. 그러나 지방정부 도시철도 및 공기업은 제외돼 있다.

이와 관련해 도시철도 운영기관들은 지난 2월 무임승차 손실액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며 헌법소원을 내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중앙정부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도시철도인 만큼 해당 지자체가 손실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맞다”는 논리로 책임을 회피해왔다. 또한 정부가 지자체 산하 도시철도 운영 기관 손실을 보전할 법률적 근거가 없고, 일부 지역에 국한된 주민 복지와 관련되는 ‘지방 사무’이기 때문에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무임승차 정책이 모두를 위한 복지정책의 일부인 만큼 정부가 책임지는 것 합당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지역 경계가 허물어지고 복지 영역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에서 발생하는 복지 사각지대를 해결해주는 것이 중앙정부의 역할”이라며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중앙정부가 손실액을 부담하는게 맞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중앙정부가 모든 손실액을 부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지자체와 함께 감당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정수 동양대 철도운전 제어학과 교수는 “무임승차 손실액을 정부가 보전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힘들다면 자치단체와 비율을 나눠 분담해야 한다”며 “소득 수준별 지하철 요금을 달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협의회 측은 무임승차 손실 보전과 관련해 새 정부의 입장을 확인한 후 헌법소원을 진행할지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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