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도 못 믿는 세상…자발적 ‘집사’들이 늘고 있다

-서울 동물 보유가구 작년 첫 20% 넘겨
-각박한 사회생활ㆍ낮은 이웃 신뢰도에
-동물 통해 위안 받는 가구 상당수 추정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직장인 이정위(28ㆍ여) 씨의 비타민은 최근 입양받은 고양이 ‘신디’다. 종일 회의와 회식에 시달리다 지쳐 집에 돌아오면 반기는 이는 고양이 뿐이다. 상사의 꾸지람에 상한 마음도 고양이 애교만 보면 눈 녹듯 풀린다. ‘고양이 집사’를 자처하는 그녀는 요즘 백화점 보다 반려동물 가게를 더 자주 찾는다. 꽉 찬 모임 일정을 뒤로 미루고 반려동물 박람회로 나서기도 한다. 이 씨는 “인간관계 일로 매일 상처받기보다 반려동물과 편히 있는 게 더 낫다”며 “삭막한 사회 생활 중 나를 진심으로 위로해주는 유일한 친구”라고 말했다.

서울시 반려동물 보유가구 비율이 지난해 처음 20%를 넘어섰다.

‘반려동물 집사’를 자처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서울시 반려동물 보유가구 비율은 지난해 처음으로 20%를 넘었다.

24일 서울시의 ‘반려동물 보유가구’ 통계를 보면 지난해 시내 반려동물 보유가구 비율은 모두 20.4%로 나타났다. 2013년(16.7%), 2014년(18.8%), 2015년(19.4%) 등 매년 증가하고 있다.

비율이 단기간에 20% 넘게 상승한 데엔 점점 더 각박해지는 사회 분위기가 주요 원인으로 언급된다. 직장, 사회, 인간관계 속에서 쌓여가는 스트레스 등을 반려동물을 통해 위로받으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시내 2만가구를 대상으로 이뤄진 ‘서울서베이 도시정책지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시민이 생각하는 이웃 신뢰도는 10점 만점 가운데 5.54점에 불과했다. 비율로 보면 시민 2명 중 한 명 이상(60.3%)은 이웃에 대해 ‘보통 이하’ 신뢰감을 보였다.

경쟁 풍토가 심화됨에 따라 당초 옆 사람에게서 위로를 받겠다는 생각은 크지 않은 것이다.

대학생 류윤태(24) 씨는 “소꿉친구도 믿지 말라는 말이 돌만큼 세상이 삭막한데 누구를 마음놓고 믿겠느냐”며 “적어도 배신은 하지 않는 반려동물이 더 낫다고 여겨질 때가 많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보유 여부 추이 [제공=서울시]

1~2인 가구의 증가, 공동체 기반의 약화 등 사회 변화 흐름 속에서 서울시 반려동물 수와 보유 가구는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서울연구원이 지난해 만 20세 이상 서울 거주 시민 1014명(반려동물 보유 507명 포함)에게 물은 결과, ‘지금 반려동물 외에 다른 반려동물도 키울 의향이 있다’고 한 보유자는 58.0%로 절반을 넘었다. 17.6%는 반드시 다른 반려동물도 키워보고 싶다고 했다.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다고 한 응답자 중 ‘향후 반려동물을 키울 생각이 있다(49.1%)’, ‘매우 의향이 있다(11.8%)’는 답도 과반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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