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뒤지지 마”…술김에 아버지 살해한 50대 징역 10년

-法 “치매 아버지 부양 스트레스로 인한 우발적 범행 참작”
-불우한 가정 환경으로 정서적·경제적 어려움 겪어

[헤럴드경제=이유정 기자]늦은 밤에 냉장고를 뒤진다는 이유로 다투다 아버지를 살해한 50대 남성이 징역 10년을 선고 받았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1부(부장 김창형)은 존속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52) 씨에게 이같이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김 씨는 지난 3월18일 새벽 3시40분께 고양시 덕양구에 위치한 자신의 집에서, 함께 살던 아버지 B(84)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술을 많이 마신 채 귀가한 김 씨는 목이 말라 잠에서 깼다. 그는 냉장고에 넣어둔 무를 깎아 먹을 생각으로 주방에 갔다. 주방에는 아버지 B씨가 냉장고 안 음식들을 밖으로 꺼내고 있었다. 김 씨는 치매 초기인 아버지가 이같은 행동을 할 때마다 여러번 제지해오던 상황이었다. 그는 아버지에게 ‘냉장고 안에 있는 음식들을 자꾸 밖으로 꺼내지 말라’고 했다. 이에 아버지가 ‘이놈아’라며 김 씨를 나무라자 순간 격분한 김 씨는 아버지를 밀쳐 넘어뜨렸다. 그리고는 음식을 깎기 위해 손에 쥐고 있던 흉기로 아버지의 복부 쪽을 수 회 찔렀다.

김 씨의 아버지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간 열상(피부가 찢어진 것)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장기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멈추거나 둔해진 상태)으로 결국 사망했다.

김 씨는 아버지의 반복된 재혼으로 고아원과 친척 집을 전전하는 등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11살 무렵 고아원에 들어갔던 그는 초등학교를 중퇴하는 등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성인이 되어서도 정서적·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재판부는 “김 씨가 아버지를 살해한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패륜적이고 반사회적인 범죄”라면서도 “치매 초기의 아버지를 수년간 홀로 부양했으며,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폭발해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아버지의 출혈 부위를 지혈하며 직접 119에 신고하는 등 살해의 직접적 고의가 없어 보이고, 피해자의 유족들도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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