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미군사연습 중지’ 등 선행조건 내세워 南 압박

-北 민화협 ‘외세공조 배격, 한미 연습 중지’ 등 9개항 요구

-오는 한미정상회담에서 의제 선점 의도

-“핵 전제 대화 안돼” 핵 무관 남북관계 진전 주장

[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이달 말 진행되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전제조건을 공개적으로 제시하며 문재인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북한은 연일 미국을 위시한 외세 공조와 남북 관계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강요하며 한국의 대북 정책 전환을 요구하는 모습이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는 24일 발표한 공개질문장에서 ▷외세공조 배격 및 자주적 남북관계 개선 ▷한미합동군사연습 중지 ▷삐라 살포 중지 등 비방ㆍ중상 중단 ▷남북 군사적 충돌 위험 해소 위한 실천 조치 ▷남북대화에서 북핵 문제 배제 ▷제재ㆍ대화 병행론 철회 ▷보수정권의 대북 정책 청산 조치 실행 ▷중국식당 집단탈출 여종업원 송환 ▷민족대회합 개최 등 모두 9개 항목의 선행조건을 밝혔다.

공개질문장의 내용은 그동안 북한이 압박해온 남북관계 재정립을 위한 종합적 요구 사항으로 보인다. 북한이 이 같은 9개항을 제시한 것은 미국과 직접 대화가 어려운 상황에서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 정부를 압박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구도를 만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9개 항 중에 특히 외세공조 배격, 한미합동군사연습 중지, 제재ㆍ대화 병행론 철회 등은 한미 간에 심도 있는 논의와 합의 없이는 실행 불가능하다. 따라서 한미정상회담에서 이런 내용이 의제로 오를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이는 셈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최근 북한은 각종 매체와 기구들을 총동원해 한미정상회담에서 뭔가 변화를 이끌어내려고 한미동맹 이슈를 부각하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특히 9년 만에 정권교체를 통해 출범한 문재인 정부로 하여금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와 차별화된 대북정책을 취하도록 종용하려는 의도도 보인다. 이전 정부의 대북 정책인 ‘선(先) 북핵문제 해결, 後(후) 남북관계 개선’을 포기하고 핵 문제와 별개로 남북관계의 대전환을 꾀하려는 것이다.

북한 민화협은 이런 의도를 반영하듯 공개질문장에서 “(핵 문제는) 철저히 조미(북미) 사이에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남조선 당국은) 핵 문제를 전제로 한 대화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남조선 당국의 제재압박과 대화병행 타령이 박근혜 역도의 대결정책보다 더 흉악무도한 반통일정책”이라며 “온 민족의 규탄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몽유병자의 잠꼬대와 같은 허튼 수작을 당장 걷어치워야 한다”고 거세게 주장했다.

북한이 보수정권 대북정책 청산을 주장하는 것은 5ㆍ24 조치 해제,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염두에 두고 남북 관계 진전이 북핵 제재와 무관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최근 북한의 대남 압박 기조에 대해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이) 미국과 대북 제재와 압박 공조를 취하는 듯한 태도에 불만이 있는 것 같다”라며 “(9년 만에 수립한) 진보 정권에 대한 기대치가 높고, 핵 보유국으로서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며 남북관계를 대전환하자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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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 [그래픽=이은경/[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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