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탐색]“층간소음 못 견디겠다…꼭대기층으로 갈래”

-스트레스 심각…이웃간 갈등도 증가
-층간소음 민원 10건 중 8건은 ‘아파트’
-“1000만원 비싸도 소음없는 탑층으로”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1. 서울 서대문구의 한 공동주택에 사는 직장인 차모(37) 씨는 층간소음 때문에 지옥같은 하루를 보낸다. 윗집 아이들의 발소리와 진동이 차 씨의 집까지 고스란히 전해진다. 차 씨는 최근 아파트 최고층인 이른바 ‘탑층’으로의 이사를 고려하고 있다. 부동산 수수료, 이사 비용 등 최소 1000만 원을 추가지불해야 하지만 조용히 살 수 있다면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는 것이 차 씨의 생각이다.

#2. 주부 김모(56ㆍ여) 씨는 2년 동안 층간소음에 시달리다 서울 강남구의 한 공동주택 꼭대기층으로 이사했다. 김 씨는 층간소음으로 불면증, 두통, 이명에 시달리는 등 ‘윗집 사람들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다. 항의도 해봤지만 “한참 뛰어놀 초등학생이라 어쩔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결국 김 씨는 남편과 상의해 인근 ‘탑층’ 아파트로 이사했고 이제야 조용해서 “살 맛이 난다”고 말했다. 

[사진=헤럴드경제DB]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 갈등이 심해지는 가운데 아예 ‘소음 안전지대’인 공동주택 ‘탑층’으로 이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층간소음 민원 접수 유형을 보면 다세대주택, 연립주택, 주상복합 등 다양한 주거형태 중에서도 아파트가 가장 층간소음에 취약하다. 또 윗층 보다는 아래층이 소음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환경부 국가소음정보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층간소음 10건 중 8건은 아파트에서 발생했다.

13일 기준,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주거형태별 접수현황’에 따르면 전체 상담건수 2만4750건 중 1만9323건이 아파트에서 발생해 전체의 78.1%를 차지했다. ‘거주 위치별 상담 신청 비율’에서는 아래층이 분쟁 조정을 신청한 경우가 1만9712건으로 전체의 79.6%에 달했다.

대부분 층간소음 피해는 아파트 아래층에서 발생하지만 대화로 해결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이때문에 궁여지책으로 꼭대기층으로 이사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다.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전체 상담 신청 건수는 2012년부터 올해 6월 13일까지 8만6733건이다. 2012년 8795건에서 2013년 1만8524건으로 2배 이상으로 늘어난 이후 매년 2만건 가량 접수되고 있다.

[사진=헤럴드경제DB]

분쟁이 해결된 경우는 5만9103건으로 전체의 68.1%에 불과하다. 분쟁 해결에 실패하면 이사 등의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

김 씨는 “항의해봐야 스트레스만 받는다”며 “일부 아파트 탑층은 다른 층 같은 면적 아파트에 비해 전세와 매매가격이 조금 더 비싼 편이다”고 말했다. 이어 “웃돈을 내고라도 탑층으로 이사가는 게 마음이 훨씬 편하다”며 “정신건강을 위한 일종의 투자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강남구의 C중개업소 대표는 “층간소음에 시달릴 확률이 높은 중간층보다 소음이 덜한 탑층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며 “20명에 한명 꼴로 꼭대기층을 선호하며 돈을 더 내고서라도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지난 2013년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234명을 대상으로 층간소음 문제에 대해 조사한 결과 ‘1000만원이 더 비싸지만 층간소음 적은 아파트와 보통 아파트 중 어느 것을 택하겠냐’는 질문에 60%가 ‘층간 소음 적은 아파트’를 선택했다.

전문가들은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양보가 필수라고 지적하고 있다. 임운택 계명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애초에 공동주택이 부실하게 시공된 점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감능력이 떨어져 층간소음분쟁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는 것이 이상적이겠지만 갈등이 쉽게 해소되지 않다보니 아예 이사를 가서 갈등을 차단하고 소통 공간을 닫아버리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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