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기 아까운 정책들] 10년 준비 ‘원격의료’ 한달새 물거품…앞 정부 핵심 정책 일방적 ‘리셋’ 수두룩

정부 신뢰도 훼손 심각, 민간 부문 피해 심각

[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문재인 정부가 국가 전반의 개혁작업에 속도를 내면서 이른바 ‘적폐청산’을 기치로 이전 정부에서 이어져오던 여러 정책에 대한 재검토 또는 폐기 작업도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새 것은 옳고 옛 것은 그르다’는 식의 흑백논리로 국가 정책을 뒤집는 ‘리셋’은 지양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 인수위원회 역할을 맡고 있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최근까지 보건복지부가 야심차게 추진해 온 ‘원격의료’를 사실상 폐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확이되고 있다. 지난 2002년 의료법 개정이후 첫 시범사업으로 10년 넘게 추진돼온 핵심과제가 송두리째 없던 일리 될 위기에 놓였다. ‘대면진료’를 고수하는 의료계의 강한 반발에다 대기업 특혜라는 오해가 맞물린 것으로 해석된다. 때문에 의료서비스 소외지역 해소는 설 자리를 잃을 처지다.

새 정부가 이전 정부의 정책들을 폐기, 재검토하는 경우가 늘며 정책 영속성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사실상 폐기로 가닥을 잡은 원격의료 모습. [헤럴드경제DB]

국정기획위 관계자는 “원격의료를 완전 폐기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이전 정부의 정책들을 모두 꺼내놓고 다시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맞다”고 밝혔다. 지난 2014년 1차 시범사업 이후 참여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7%가 ‘만족한다’고 답하고, 84%가 만성질환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호평했지만 이런 여론이 반영되기엔 역부족이다.

이는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이전 정부의 정책들이 추풍낙엽으로 사라지는 모습은 곳곳에서 연출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의 대명사였던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이른바 ‘최순실 정책’으로 낙인찍혀 예산이 대폭 삭감돼 존립이 위협받고 있다. 폐기가 확정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는 물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규제프리존 등 경제 정책도 제동이 걸려 재추진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꼼꼼한 검토와 이를 이어받아 업그레이드해 경제정책으로 삼으려는 노력보다는 말 그대로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논리가 지배적인 양상이다. 이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5년 정권을 넘어 영속적으로 이어져야할 국가 아젠다에 대한 신뢰도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원격의료만 해도 심혈을 쏟아 온 민간 부문에선 그동안 쏟아 부은 노력과 비용 등 모든 것이 수포가 되고 만다. 더 큰 문제는 예측 불가능에 따른 대정부 신뢰도를 스스로 추락시키는 것으로, 개혁을 주창하는 새 정부로서도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옛것을 폐기하는 데 들어가는 보이지 않는 손실이 얼마나 많은지를 고려해야 한다”며 “국가의 신뢰자본 훼손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장 새 정부의 정책방향과 맞지 않다고 이전 정부 정책을 폐기하는 것는 나중에 갈 수도 있는 길을 스스로 막아버리는 결정인 만큼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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