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평창 단일팀에 냉랭한 北, 우리만 몸 단 건 아닌지

내년 평창 겨울올림픽에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자는 문재인 대통령 제안에 대한 북측 반응이 냉랭하다. 전북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회식에 참석한 장웅 북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정치적 환경이 해결돼야 한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남북 스포츠 교류가 활성화되려면 ‘5ㆍ24 조치’ 같은 대북제재가 먼저 해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장 위원의 개인 차원 발언이라지만 북한 당국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

스포츠를 매개로 꽉 막힌 남북관계를 풀어보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도는 공감할 만하다. 실제 그런 예는 얼마든지 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당시 북한 권력 실세였던 황병서 군총정치국장과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참석해 한 때나마 경색된 남북관계에 따뜻한 바람이 돌았다. 남북 단일팀을 구성한 1991년 4월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는 여자단체전 우승을 차지해 선수들이 함께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는 감동적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두 달 뒤 포르투갈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도 단일팀이 출전해 8강 진출의 쾌거를 일궜다. 그 감동을 재현해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녹여보려는 문 대통령의 제안은 안타깝지만 지금 상황으로선 무산될 듯한 분위기다.

‘평창 남북 단일 팀’은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사안이기는 하다. 하지만 처음부터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 우선 남북간 실력차가 너무 커 단일팀 구성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다. 당장 평창 겨울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한 북한 선수는 아직 한 명도 없다. 피겨 스케이팅 페어 부문에 기대를 건다지만 세계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북한 마식령스키장을 활용하겠다는 구상도 너무 때가 늦었다. 올림픽을 치를만한 규모가 되는지 조사하고 이벤트 대회도 열어봐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여자 아이스하키를 단일팀으로 만들자는 제안 역시 현실성이 떨어지는 얘기다.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로 국제사회를 설득하는 것도 쉽지않은 일이다. 문 대통령의 단일팀 제안이 반갑지만 공허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죽의 장막에 막힌 중국에 미국 탁구팀이 들어가고 이후 미-중 수교로 연결됐다. 하지만 당시 닉슨 대통령의 안보특별보좌관인 헨리 키신저가 비밀리에 수 차례 중국 땅을 드나들며 사전 정지작업을 한 결과다. 스포츠 교류가 강력한 평화적 수단인 것은 맞지만 의욕만 앞세운다고 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남북 교류에 우리만 몸 달아하는 것처럼 보일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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